내년 중국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량이 우리나라를 앞지른다고 한다. 당초 2~3년 뒤쯤으로 여겼던 일이 좀 앞당겨 닥쳤다. 그다지 놀라운 현상도 아니지만,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가 결코 가볍지 않다.
우선은 앞으로 양적 경쟁으론 중국을 능가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처럼 우리가 확고한 기술우위에 있다고 했던 분야도 격차를 앞당겨 추월해버리는 상황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라고 우리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지금 당장 기술수준으로 시간적 여유를 누리다간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를 일이다.
양적 승부에서 기술적 승부로 진화돼야 한다. 중국의 양적 공세에 주눅 들거나 조금씩 떨어지는 점유율 숫자에 위축돼선 안 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힘은 차분한 기술 투자와 연구개발에서 나온다.
중국의 양적공세에 흔들리지 말고, 플렉시블·투명·플라스틱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기술에 선제적으로 뛰어들고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디스플레이 소재 관련 연구를 산학연 융합 연구로 확대하고, 그 기술이 기업에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의 산업계 진출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자국 산업 보호 장치와 산업진흥 노력을 타산지석 삼아야할 것이다. 우리 기업이 미래 위험부담 때문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분야에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 국가 R&D예산을 지원해서라도 미래 가치가 큰 원천기술을 기업과 함께 확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디스플레이산업은 스마트폰, 가전산업 등에서 떨어지고 있는 수출 수익성을 메워주는 분야다. 이 분야 기술 우위까지 중국에 내준다면 우리나라 수출 기둥 하나가 뽑혀 나가는 격이다. 더 늦지 않게, 기업이 차세대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정부가 그 뒤를 받치는 공조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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