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어소시에이츠’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 움직임에 “국익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 각국에서 분쟁을 벌였던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 목적은 기업 성장이 아닌 국부 유출을 이용한 사익추구라는 지적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5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엘리엇·삼성 분쟁이 주는 교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에 나선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외국인투자자와 국내투자자는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며 엘리엇의 최근 공격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볼모로 한 ‘알박기’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외국인투자자에게 한국은 수많은 투자처 중 하나에 불과해 국내 경기가 어려워질 때 투자금을 회수하면 그만”이라며 “투기자본 엘리엇 요구에 따라 삼성물산이 주식, 현금성 자산을 배당한다고 해서 국내 경기가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자 상당수가 삼성 측 손을 들어준 것도 국익을 고려했다는 판단이다.
알박기로 규정한 엘리엇 행동은 ‘주주 행동주의’를 빙자한 포퓰리즘으로 정의했다. 삼성그룹 3세 승계가 가시화된 올해 3월부터 집중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7% 지분을 확보, 3대 주주로 올라서며 알박기로 큰 수익을 노린다는 의도다. 신 교수는 “엘리엇이 아르헨티나와 페루에서 경제원조 자금을 볼모로 잡고 받아낸 거액의 수익은 해당 국가 가치 상승과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불거진 ‘합병비율 논란’에는 엘리엇이 국내 실정을 간과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엘리엇 주장처럼 자산 가치를 반영하는 게 아닌 시장 가치만 적용하기 때문이다.
만약 엘리엇 주장처럼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면 국내 주식시장 35%를 점유한 외국인과 그 외 투자가가 주식매입 없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엘리엇 주장이 통하려면 삼성물산이 투자가를 잠재운 채 주가가 저평가되도록 시장을 조작했다는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서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은 “엘리엇은 최악의 투기꾼”이라고 정의하면서도 “삼성 오너 일가의 편법적 부 축적과 상속이 이번 사태 원인”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위원장은 “삼성은 이건희 회장 와병 후 편법적 기업 상속에 속도를 내다 엘리엇 매복에 걸려들었다”며 “오너 일가 대신 공익재단, 종업원, 주거래은행, 관계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기업을 공동 운영하는 ‘대안적 기업질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