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포함해 15조원 규모 재정보강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이틀 연속 사자에 나서며 반기는 분위기다.
증시 전문가는 추경이 일정 부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수차례 정부 관계자 입을 통해 이슈화된 사안이고 시장 기대치와 달리 규모가 크지 않아 내수 반등에 미칠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그리스 디폴트 해결 등 대외 이슈가 시장을 움직이는 상황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추경 규모는 작게는 GDP 대비 0.5% 내외, 많게는 2.5%에 달했다. 가장 최근인 2013년에는 그 중간인 1.2%였다. 지난해 국내 명목 GDP가 1485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추경 규모는 GDP 대비 1.0~1.5% 수준인 15조~22조원 사이가 적당하다. 하지만 정부부채 증가를 경계하는 정부가 생각하는 추경 규모는 10조원 플러스알파선이 될 전망이다.
역대 추경은 대부분 세수부족분을 메우는데 집중해 실제 경기 부양효과는 미미했다. 실제 역대 추경 내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예산은 세입결손 보전예산(36%)이고 재해대책 관련 예산(9.4%)과 법정소요예산(8.4%), 서민·중산층 지원예산(8.2%) 등은 비중이 크지 않았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전략팀장은 “추경이 실질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가지려면 역대 최고 수준을 뛰어넘는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추경 재원으로 한국은행 잉여금을 우선 사용하고 부족분은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채 발행에 따른 채권 물량 부담을 걱정한다.
한국은행 잉여금이 그다지 많지 않아 추경 편성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10조원 국채를 발행한다고 했을 때 월평균 발행물량은 1조원 이상 증가한다. 얼마 전 기재부는 추경으로 국고채를 발행할 경우 3·5년물 위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물과 5년물은 각각 월평균 4000억원의 추가 물량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고채 발행 금리가 국고채 입찰 하루 전 영업일의 시장금리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어 추경은 국고채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추경으로 시중금리가 상방 충격을 받는다거나 금리의 방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는게 채권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추경은 일시적인 재료라기보다 지속성 재료에 속하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도 국고채 발행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추경은 부담이 될지언정 충격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 선임연구원은 “추경보다 추경의 배경인 경기 불확실성, 추경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제고, 해외 금리 상승에 따른 국내 장기물 금리의 상승 우려가 채권시장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