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대학과 지자체 간 재산세 부과 관련 소송에서 지자체 손을 들어준 데 대해 전국 160여개 대학·연구소 창업보육센터가 탄원서를 돌리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25일 한국창업보육협회에 따르면 전국 163개 창업보육센터가 재산세 관련 법령 개정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이들이 탄원서를 낸 배경은 최근 대학 창업보육센터에 재산세를 첫 부과한 대법원 판결과 직접 연관이 있다.
지난달 대법원은 재산세 부과를 둘러싸고 지난 3년여 가까이 끌어온 시흥시와 한국산업기술대학(이하 산기대) 간 기존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 환송하고 지자체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학교가 창업자를 위한 시설과 장소로 소유 부동산을 제공하면 교육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지난해 10월 산기대 창업보육센터가 교육사업 자체에 직접 사용되고 창업보육센터 운영을 수익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시흥시 재산세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서울고법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응책 모색…첫 움직임
전국 대학과 연구소는 대법원 판결이 앞서 산기대 손을 들어준 서울고법 판결을 재심의 하라는 것이어서 이를 계기로 향후 지자체 재산세 부과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탄원서는 대법원 판결로 하루 아침에 부동산 임대업자로 전락한 창업보육센터 관계자 자괴감과 불만이 외부로 첫 표출된 행동이다.
탄원서 주된 골자는 법령에 창업보육센터 사업을 대학 고유목적 사업으로 명시해 향후 공익 목적 사업인 창업보육 사업에 재산세 등 조세 부과가 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는 대학설립운영규정 제4조 1항에 근거해 산학협력단 소속 창업보육센터가 교사 범주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으나, 창업보육센터 사업을 교사 범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 창업보육센터는 이처럼 애매모호한 규정이 행정자치부와 지자체에 재산세를 부과할 수 있는 빌미가 되고 있다고 판단, 법령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탄원서에서 대학과 연구소는 “창업보육센터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인 창업활성화, 청년 실업 문제 해결 등 공익 목적 사업을 수행하면서 창조 경제 중요한 일익을 담당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최근 대법원 판결로 사립대 창업보육센터는 앞으로 지자체로부터 재산세 소급·부과가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결국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입주기업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 15년간 창업 기반 구축을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했는데 고작 수십억원 재산세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재산세를 부과하면 창업 활성화, 청년 실업 해소를 통한 창조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담았다.
이들은 “그간 사명감을 갖고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던 센터장 281명과 창업보육매니저 670여명은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하루아침에 부동산 임대 사업자로 전락했다”며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처 이기주의 시각도
정부가 부처 간 이기주의에 빠졌다는 입장도 내놨다. 부처마다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창업보육협회는 7월 초 임원 회의를 열고 정부에 탄원서 제출 등 향후 대응 방안을 세부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김병엽 창업보육협회 사무국장은 “임원회의가 끝나는대로 그동안 의견이 모아진 탄원서를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교육부, 중소기업청 등 정부 기관에 제출하고, 국회의원 등에도 창업보육사업 중요성을 알려 법령이 개정될 수 있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