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전기료인하`…뿌리산업 도약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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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국제유가 급등과 전력 블랙아웃 사태 여파로 지난 2008년부터 매년 한두 차례씩 꾸준히 인상됐다. 그 사이 산업용 전기요금도 지속적으로 올랐다. 2003년 대비 인상률이 60.8%에 달한다. 전기요금 인상과 더불어 계절·시간대별 차등요금제도 심화됐다.

이로 인해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주조·단조·열처리 산업 등 뿌리기업 체감 요금인상폭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뿌리산업은 전기로 등을 사용해 높은 열로 금속을 녹이거나 금속 성질을 변화시켜 제품을 생산한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 특성을 지녔다. 이러한 배경으로 뿌리산업계는 정부에 매출 10%에서 최고 40%까지 차지하는 전기요금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뿌리기업 전기요금체계 개편 요구에 따라 최근 정부는 ‘토요일 중간부하 시간대 요금 할인에 대한 특례조항’을 발표했다. 토요일 중간부하 시간대 14시간 중 12시간에 경부하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경부하 시간대 전기요금은 중간부하 구간 절반 수준이다.

전기요금체계 개편은 지속적인 전기요금 인상과 경기불황으로 뿌리산업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뿌리기업 경영 애로를 해소하려는 정부 의지로 해석된다.

뿌리산업계로서는 오랜 가뭄 속에 만나는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새로 시행하는 토요일 전기요금 인하만으로 국내 뿌리산업계가 체감하는 전기요금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뤄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너무 크다.

우리 뿌리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기 위해서는 업계 고질적인 에너지 다소비 공정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아울러 뿌리기업이 에너지 다소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 지원책도 절실하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시범적으로 뿌리기업 6개사 대상으로 정밀 에너지 진단을 실시했다. 에너지 진단으로 어느 공정 부문에서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고 낭비되는지 수치상으로 정확히 파악했다.

이를 통해 뿌리산업도 얼마든지 에너지 수요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에너지 진단 결과를 보면 뿌리기업이 공정 관리 개선으로 저감할 수 있는 에너지가 5~1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에너지 저감형 공정기술을 적용하면 최고 30%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갈수록 높아지는 대기업 단가인하 압력에 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하루하루 매출을 걱정해야 하는 게 국내 뿌리기업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소 뿌리기업이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에너지 진단과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공정 개선 작업을 자발적으로 실시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최근 토요일 요금 등 전기요금제도를 개편해 뿌리산업계 단기 에너지 문제 해결을 지원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뿌리산업계가 계속 경쟁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후속 대책이 이어지기 바란다.

근본적으로 뿌리기업 에너지 소비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세부 공정별로 에너지 사용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개선 여지를 알려주는 에너지 진단 작업에 지속적 지원이 요구된다. 고효율 전기로 등 뿌리 공정장비와 공정기술 개발·도입·확산에 더 많은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정부 관심과 지원이 계속돼 뿌리산업을 통해 국내 제조업 뿌리가 더욱 튼튼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주보원 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sam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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