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LED 산업 구원투수로 부상한 플립칩

발광다이오드(LED)는 일찌감치 개발된 기술이지만 일반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특히 삼성전자가 TV 백라이트유닛(BLU)에 LED를 적용하면서 LED 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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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를 통해 LED 칩 성능의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졌고 원가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되면서 일반 조명으로 확산됐다. LED 기술 방향은 TV가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최근 국내 TV 업체들이 BLU 광원에 새로운 형태 LED 칩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플립칩 LED 기술을 처음 적용했고, 올해는 한 단계 더 진화한 화이트 칩스케일패키징(CSP) LED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구동전류가 기존 수평형 LED칩보다 두 배 이상 높아 LED 패키지 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LG전자 역시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TV에 화이트 플립칩 LED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BLU 제조업체는 플립칩 LED 채택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TV 제조사인 스카이워스, TCL 등도 플립칩 LED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플립칩 LED 업체들과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TV 업체들이 앞다퉈 도입하고자 하는 플립칩 LED는 기존 LED칩과 달리 두 전극을 연결하는 금속 와이어와 같은 연결 구조가 없다. LED칩 전극을 직접 인쇄회로기판(PCB)에 부착했다. 금속 와이어 연결에 필요한 별도 공간이 필요치 않아 BLU 두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화이트 플립칩 LED는 칩 상태에서 백색광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플립칩 생산 과정에서 리드프레임을 이용한 패키징 공정 단계가 생략됐다. 덕분에 재료비 등 LED 제품 원가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무엇보다 1㎟ 이하 작은 백색광원을 구현할 수 있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화이트 플립칩 LED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플립칩 기술이 기존 수형평 LED칩에 이은 차세대 조명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화이트 플립칩은 제작 공정이 반도체 공정과 유사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맞대응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플립칩 LED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조명업체가 국내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기술 협력 러브콜을 요청할 정도다.

기존 수평형 LED칩의 기술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더욱 빠르게 새로운 구조의 대안 기술이 부각되고 있다. 종래 수평형칩은 와이어본딩이 필요해 칩을 소형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 높은 열저항과 낮은 구동전류 등이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었다. 플립칩은 공정단계를 간소화할 수 있고 와이어본딩이 없어 물리적 충격에도 강하다. 열방출이 우수해 동일 면적 대비 몇 배 더 높은 전류인가가 가능하다.

박은현 세미콘라이트 사장은 “그동안 TV용 LED 기술은 LED 산업의 미래 기술 방향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며 “올해 TV에 화이트 플립칩이 본격 적용되면 내년부터 일반 조명과 자동차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플립칩을 기반으로 국내 LED 산업 위상이 다시 한 번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일부 칩 업체는 플립칩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새로운 바람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 난이도 높은 칩 기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플립칩 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LED 산업은 중국과 대만의 거센 추격에 세계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원가 경쟁력과 기술 차별화를 갖추지 못한 칩 업체 10여 군데가 자취를 감췄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블루오션이었던 LED 산업이 지금은 레드오션이 됐다. 해마다 가격이 20%씩 떨어지면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가격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그 중심에는 중국 업체 공세가 컸다.

플립칩은 칩 크기를 줄여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효율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시장 요구에 대응 가능한 기술이라는 게 업계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LED 산업의 새로운 물결을 국내 시장이 주도해 나간다면 고사 위기에 놓인 국내 LED 산업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적 차별성만이 중국 업체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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