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합상품(Bundling)이란 시장에서 별도 판매가 가능한 재화 또는 서비스를 두 개 이상 묶어 판매하는 것이다.
방송통신 결합상품은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유료방송, 이동전화 등 서로 다른 서비스를 묶어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이러한 결합상품은 요금할인 등 이용자 편익이 증진되는 효과가 있어, 특히 방송통신 분야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가입자는 2011년 648만명에서 2014년 3월 1150만명으로 늘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44.4%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결합판매가 활성화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그간 `방송 공짜` 등 허위·과장 광고나 사업자 간 불공정한 경쟁 이슈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결합상품 서비스 간 이용요금이나 수익 및 비용의 부당한 산정, 서비스 간 부당한 내부보조, 과도한 요금할인을 미끼로 특정 상품(예, 이동전화) 시장의 지배력이 다른 상품(예, 유료방송) 시장으로 전이되는 등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결국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업자의 IPTV시장 진입 이후 경쟁이 본격화된 유료방송시장에서, 결합판매로 인해 사업자 간 공정경쟁 환경이 훼손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이제 결합상품으로 인한 혜택은 최대한 살리되, 문제점은 최소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결합상품과 관련해 이미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그리고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에 불공정행위와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에는 해당 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 우선적으로 ‘방송 공짜’ 등 허위·과장 광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앞으로 결합상품시장과 관련해 추진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방송통신 결합시장 경쟁상황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시 부분적으로 실시했는데 앞으로는 이를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해 나가자는 것이다.
경쟁상황 평가는 우선 시장을 획정하고 결합판매를 통한 공정경쟁 저해 효과 또는 이로 인한 시장구조의 변동가능성 등을 엄밀하게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토대로 결합상품이 전체 방송시장의 경쟁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필요시 제도개선에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공정한 시장경쟁을 촉진하면서도 이용자 후생을 증대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와 지침 개정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의 결합상품 가입·이용·해지 시에 정보제공을 강화하고, 결합상품 이용약관을 개선하며, 불합리한 위약금 산정방식을 개선해 위약금 수준을 인하하고, 허위·과장광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셋째, 방송통신 결합시장 전반에 사실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법위반 사항이 확인될 때에는 엄정하게 제재조치를 취함으로써 금지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조사결과 현행 제도가 미비한 분야에는 개선사항을 발굴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 사항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결합상품의 출시 자체를 제한하거나 이용자 혜택을 축소하는 규제를 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결합상품시장은 기존의 단일한 통신시장이나 방송시장과는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새로운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이용자 후생과 공정경쟁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조화시킴으로써 결합상품의 장점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leekj@kc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