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마을과 ‘관리’ 마을이 있었다. 두 마을은 야생 호랑이에게 큰 피해를 입었다. 위기 마을은 평생 호랑이를 잡으러 다녔다는 유명한 사냥꾼을 불렀다. 사냥꾼은 호랑이 그림을 보여주며 조심하라고 했다. 위기 마을 사람들은 그저 그래야겠다고 ‘생각’만 했다.
관리 마을은 달랐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돌담과 가시나무 덩굴을 마을 주변에 만들었다. 무기를 만들고 호랑이 잡는 법을 배웠다. 돌아가며 마을을 지켰고 사나운 개를 사왔다. 호랑이가 싫어한다는 쑥향과 모닥불도 군데군데 뒀다. 모두가 다음을 대비하는 준비를 마친 셈이다.
자, 이제 상상해보자. 호랑이가 또다시 출몰한다면? 무사한 건 관리 마을일 수밖에 없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위기 상황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을 뿌리 채 흔들 만큼 비판 여론이 조성된다. 한번 실수도 네티즌으로부터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저자는 백수오 파동, 땅콩 회항, 리조트 붕괴사고 등 매년 국내에서 일어난 기업 위기가 이처럼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누구도 예상을 못했던 게 아니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탓에 발생했다는 얘기다.
기업은 위기관리를 위해 전문가를 불러 강의만 펼칠 뿐 실질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은 구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위기관리의 성패를 쥔 것은 조직 내 1%에 속하는 이들이다.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살펴보면 전체 직원수 중 핵심 임원은 1% 내외다. 중소기업도 실제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관리하는 핵심 인력은 1% 안팎이다. 이 책은 조직의 1%에 속하는 이들에게 조직과 자신의 위기관리 경쟁력을 ‘관심’으로 키우라고 조언한다.
조직이 위기 상황에 놓이면 이 1%는 특히 당황하게 된다. 아무도 정확한 조언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하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핵심 임원은 공포와 외로움에 놓인다. 이들이 제대로 행동해야 위기에 처했을 때도 이를 무마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국내 처음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를 세운 저자는 지난 20여년간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 1%를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개를 제시했다. 단순 이론뿐 아니라 국내 1% 대기업의 성공 사례 50건도 함께 담아 실전에서 유용하다.
‘완벽 대비를 장담하는 임원은 다시 보라’ ‘주말 아침 갑자기 임원을 소집해보라’ ‘위기 때 홀로 보고하는 임원은 돌려보내라’ ‘급할 때는 회의를 무르고 홀로 결정하라’ ‘위기 시 기업을 최대한 인간화하라’ 등이다.
뿐만 아니다.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위기 시 기업 내 1%가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 위기관리의 10대 비밀도 제시한다. 저자가 국내외 위기관리 사례를 분석해 정리한 성공 요인으로 ‘준비하니 강하다’ ‘소통을 지속 훈련한다’ ‘문제가 생기면 마주 앉는다’ 등이다.
정용민 지음. ER북스 펴냄. 1만8000원.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