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9일 개발자회의에서 공개한 애플뮤직이 우리나라에 진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구글이 구글뮤직 출시를 시도하지만 내놓지 못하는 이유와 흡사하다. 치열한 경쟁 대비 적은 유료시장과 독특한 저작권 문화 때문이다.
애플 개발자회의에서 애플뮤직을 공개하면서 업계 관심은 국내 시장 진출에 집중됐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당장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경쟁이 치열해 얻을 것이 많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은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KT뮤직, CJ E&M, 네오위즈인터넷, 소리바다가 경쟁 중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포털도 가세했다. 지난해부터는 삼성전자와 비트패킹컴퍼니가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음원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국내 음원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유료 이용자는 700만명 정도로 상대적으로 작다”며 “10여개가 넘는 업체가 경쟁 중이어서 애플이 수익을 얻겠다고 달려들기엔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낮은 음원 가격도 수익을 내기 어렵게 하는 구조다. 국내 시장은 다양한 할인 정책과 무료 스트리밍 등이 퍼져 쉽사리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내 정액제 상품의 경우 1만원 안팎에 한 달간 무료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듣기가 가능하다.
까다롭고 복잡한 저작권 권리 처리 문제도 애플이 넘어야 할 과제다. 국내에서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등 음원서비스를 위해서는 저작권 단체는 물론이고 음원 유통사와 계약이 필요하다. 구글이 지난해 저작권 단체와 계약을 모두 체결하고도 쉽사리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글은 지난해 말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음악3단체와 계약을 맺고도 대형 음원 유통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원서비스를 겸하는 대형 음원 유통사가 경쟁 업체를 굳이 끌어들이기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국내 시장에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애플이 가진 배타적 단말기와 운용체제(OS)와 더불어 ‘아이튠스’와 신기술이 차별화 무기로 꼽힌다. 한 음악신탁단체 관계자는 “애플은 iOS란 플랫폼 기반에 아이튠스란 글로벌 서비스를 갖췄다”며 “안드로이드 앱 버전까지 출시해 시장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음성인식과 애플만의 큐레이션 서비스 등 신기술이 가미되면 국내 시장에도 애플발 음원시장 폭풍이 일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