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에도 명품(名品)이 있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러한 작품이다. 명품은 시작부터 다르다. 장인이 좋은 재료를 선별하고 최고 솜씨를 발휘해 만든다. 한 땀 한 땀 들이는 정성은 기본이다. 생산한 제품도 까다로운 관리를 거쳐 세상에 내놓는다. 명품 인재도 마찬가지다. 좋은 자질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명품 인재는 길러진다고 보는 편이 맞다.
◇ICT 우수인재가 혁신 주도
최근 사상 최대 매출액을 올린 아이폰 시리즈를 보면 일부 우수 인재가 혁신을 주도했다. 아이폰 개발에 스티브 잡스 외에 200여명이 4년간 투입됐다는 뒷얘기가 있을 정도다. 시장 성패는 인재 확보에 달렸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따라가는 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넘어 지식 중심 사회에서는 ‘시장을 선도하는 자(퍼스트 무버)’가 필요하다.
ICT 산업은 최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 2010년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IT 산업 무역수지만 589억3000만달러에서 782억달러로 30% 이상 급증했다. 전체 무역수지 증가액이 7억달러가 채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그 역할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GDP 성장률이 2009년 0.2%에서 2010년 6.1%로 늘어난 것도 ICT 역할이 크다. ICT 산업 성장률이 6.1%에서 13.9%로 갑절 이상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
◇국내 우수인재, ICT 분야 기피
우리나라는 우수 인재가 ICT 분야 진학을 기피한다. 외견상 ICT 강국으로 비쳐지지만 경쟁이 심하고 힘들다는 인식이 크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ICT 외 공학 석사는 소폭 늘었지만 ICT 분야 석사는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 2004년 5828명에서 4년 만에 4895명으로 1000명 가까이 줄었다. 우수 인재 유입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정부는 세계 정상급 인재로 키워줄 교육 환경이 부족하고 ICT 분야 비전도 없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ICT 명품 인재 키운다
정부가 인재를 명품화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바로 ‘ICT 명품 인재 양성사업’이다. 우수 인재를 ICT 분야로 영입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0년부터 ICT 분야 명품 인재를 양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 같은 대학 연구소를 설립해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우수 인재를 양성해 글로벌 ICT 주도권을 다시 가져온다는 구상이다.
사업 첫머리에 ‘ICT’를 붙인 것은 ICT 특성과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다. ICT가 이종 산업을 연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명품인재 양성, 시작부터 달라
사업 특징은 파격적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창의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교수에게 획기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바이오칩이나 u헬스, 지능형 로봇, 인공 지능 등 ICT 융합 분야 교육과 연구에 집중한다. 지원 기간은 최장 10년이다. 단기성과에 얽매이지 않는다.
ICT 명품인재 양성사업에 선발된 학생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다. 기숙사 제공과 연구 활동 지원은 물론이고 개인학습 공간이나 해외 연수와 학회 참석기회도 얻는다. 국제 공동연구 진행이나 국내외 글로벌 연구소 인턴십,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창의공간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구는 유망산업, 기술동향 등을 고려해 ‘ICT 컨버전스’ 연구가 중점이다. 교과과정은 연구·실습 활동, 다학제 중심으로 구성했다. 연구·실습 활동 위주로 교과과정을 설계했다. 학위 취득도 연구 비중을 높여 이론·논문 위주 교육을 완전 탈피한다는 전략이다. 도제식 교육으로 틀에 짜인 교과목 이수보다 교수 지도에 따라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교과목을 이수하도록 했다. 공학뿐만 아니라 인문·경영 등 지식도 습득하게 한다.
예산은 연간 170억원 규모다. 1인당 연간 1억원 연구 지원금을 받는 셈이다. 정부에서 30%가량 지원하고 나머지는 포항·인천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포스코·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힘을 보탠다.
◇연세대와 포스텍, 한국뉴욕주립대 참여
양성사업에는 연세대학교와 포스텍-한국뉴욕주립대학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연세대는 다빈치(多彬治)형 인재양성이 목표다. 다빈치는 창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융합형 인재를 뜻한다. 연세대가 2011년 글로벌 융합공학부를 개설한 이유기도 하다. 공학과 인문·사회과학, 예술 분야를 융합했다.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고자 기술과 창의, 미래를 교육요소로 삼았다. 기술 전달부터 강의한 내용을 창의롭게 적용하고 이를 미래기술이나 새로운 연구주제로까지 탐구하는 것이다.
포스텍과 한국뉴욕주립대는 i형 인재를 지향한다. 과학기술과 인문학 상상력을 융합 교육해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가 정신을 갖춘 인재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인큐베이터는 창의IT융합공학과다. 창의력을 촉발시키는 데 최적화한 교과과정을 운영 중이다. 창의 스튜디오와 창의 IT설계, 학생주도 학습 및 프로젝트 설계, 인문기술융합개론 등이다.
뉴욕주립대는 스토니브룩 인문사회 분야와 포스텍 ICT 강점을 융합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국제적 역량 향상을 꾀했다.
대학 주도로 우수 연구시설과 창의 연구 풍토를 조성하도록 하는 게 우선 목표다. 프로젝트 주제를 교수와 학생이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창의성 발휘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최근 월드IT쇼 기간 중 개최한 창의ICT융합인재포럼은 정부 주도 인재 양성사업 성과를 일반에 알리려 마련한 행사”라며 “‘창의’와 ‘융합’을 주제로 대학의 새로운 교육과정과 연구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창의 ICT융합 인재 양성 논의를 위한 국제 포럼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ICT 명품인재 양성사업 단계별 내역>
<수행 대학별 추진내용>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