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이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자국 시장에서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1억명을 웃도는 소비시장이 존재해야 한다는 가설이 있다.
현재 1억명 이상 인구를 보유한 국가는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러시아, 일본, 멕시코, 필리핀 등 12개국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은 이 같은 시장 원리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국가별 시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할리우드, EU, 중국, 인도, 일본 등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선순환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국에 한정된 단일 시장에서 수익성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국가는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한편으로 다양한 문화와 호흡할 수 있는 포맷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류 붐을 이끄는 K팝 산업에서 최근 외국인 작곡가·안무가가 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부로 평가된다.
글로벌 킬러 콘텐츠를 기획·생산하는 1차 생산국의 자국 흥행 실적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선결요건이다.
콘텐츠 소비 시장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유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배급 플랫폼은 콘텐츠 생산자에게 최대한 이익을 환급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할리우드 콘텐츠가 벌어들이는 수익 가운데 절반이 변호사와 회계사에게 돌아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저작권을 보유한 콘텐츠 생산자에게 수익을 환원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민 한 명의 평균 영화 관람 횟수는 연간 5.9회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시민보다 자주 영화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편당 관객 수도 한국영화가 해외영화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시내 스크린 수는 프랑스 파리의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콘텐츠 소비가 활성화됐다는 것을 나타낸다. 5000만명 남짓한 단일 언어 소비시장에서 관객 1000만명을 동원한 영화 콘텐츠가 연 2~3편 나오는 뜨거운 시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저작권을 가진 콘텐츠 생산자 생활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문제다. 이미 활성화된 소비시장 수익이 제대로 환급되지 않는 시장 구조 탓에 킬러 콘텐츠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중국 자본은 이런 틈새를 치밀한 전략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여러 구조적 원인 가운데 특히 이동통신 사업자의 결합상품은 국내 콘텐츠 시장의 선순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 사업자는 방송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 등을 결합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를 ‘끼워 팔기’ ‘미끼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콘텐츠 유통 시장에 등장한 편법이 콘텐츠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허약해진 창조 산업에 중국자본이 넘쳐난다. 국가가 선순환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정책을 기반으로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htank@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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