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하도급 거래 근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익명제보센터를 구축하는 등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 실무자는 물론이고 정재찬 위원장의 발걸음도 더욱 바빠졌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익명제보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하도급·유통 분야 제보자가 인적사항 입력 없이 온라인으로 제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중소기업이 자주 이용하는 중기중앙회·전문건설협회·조달청 홈페이지에서도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위원장은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적극적인 익명제보센터 이용을 주문하고 있다.
공정위는 ‘제보자 보호’를 익명제보센터 운영 핵심으로 평가한다. 어떤 식으로든 익명제보센터를 이용한 중소기업이 신원이 노출된다면 신뢰도가 떨어져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제보자 IP주소와 신원을 수집하지 않고, 피제보자에 의한 신원 추정을 방지하기 위해 조사대상·시기 등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특히 조사를 제보된 특정 거래로 한정하지 않고 여러 건을 묶어 포괄 조사하는 방식으로 제보자를 보호한다.
제보자 보호와 더불어 실효성 있는 제보·처리가 과제로 지적된다. 특성상 구체 내용 없이 제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공정위가 실제로 사건으로 접수해 처리하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느 정도 명확하게 제보가 이뤄져야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업종별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건설 업종 대상 조사를 추진 중이며 기계 부문 조사가 예정됐다. 상반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감시 범위를 한층 넓힐 전망이다. 정 위원장도 수시로 지역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 애로를 듣고 불공정 하도급 감시 강화 의지를 밝혔다.
공정위는 공정거래협약 확산에도 나선다. 아직 실적이 없는 가맹, 광고업종을 대상으로 협약체결을 장려한다. 중소기업과 직접 하도급거래를 하는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공정거래협약 체결과 내실 있는 이행을 유도한다.
공정위 조사·시정에 앞서 사업자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분쟁조정 대상범위를 확대한다. 분쟁조정 모범·실패사례 공유를 위한 포럼도 개최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