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국민의 선택은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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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지지층에 등을 보이긴 쉽지 않다. 정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가 다가오면 더욱 그러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그랬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택했다. 100만 공무원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거 안 하나’ ‘두고 보자’라는 푯말 구호는 위협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실기했다. 표를 쫓다 민심을 놓쳤다. 100만표를 잡으려다 2012년 그를 지지했던 1496만명을 헤아리지 못했다. 대선에서 108만표 차이로 패배의 쓴잔을 마셨던 그이기에 이해는 된다.

문재인 대표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유권자는 왜 박근혜정부가 아닌 야당 대표를 심판했을까. 핵심은 공무원 연금개혁이다. 야당 성향 후보난립과 전략 공천 여부는 4·29재보궐 선거 패배 핵심 요인은 아니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문 대표가 견지한 전략적 모호성을 거부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소극적인 문 대표에 채찍을 들었다. 대안 없는 반대 세력인 새정치민주연합에도 경고를 보냈다.

결과에 내포된 함의는 뭔가. 제1 야당이 그동안 보인 모습에 답이 있다. 국민 눈에는 사실상 개혁반대 세력으로 비쳤다. 세금이 매일 80억원씩 공무원연금 통장으로 넘어가는 현실개혁에 소극적인 차기 대선 후보에 주는 경고성 메시지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정치적 선택은 국민 눈에 ‘모순’으로 해석됐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말하면서, 공무원 연금 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에 실망했다. 창과 방패 싸움 같은 정치 행보는 수권정당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떨어뜨렸다. 불과 3년 전 국가최고 통치권자가 되려했던 문 대표가 국가 곳간이 비어가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국민은 옳았고, 지혜롭지 않았던가. 유권자 선택은 항상 옳았다. 민심은 천심이요 천심에는 메시지가 있다. 어리석은 백성도 국가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잘 안다. 국가 빚은 지난해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2004년 203조7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10년 새 300조원이 늘었다. 국가와 가계 모두 ‘가불경제’ 늪으로 빠져들었다. 대다수 국민이 빚으로 지은 집에 살고 있다. 전체주택담보대출 294조3000억원 중 이자만 갚는 비율이 75%다.

문재인 대표는 여전히 국민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느닷없이 꺼내든 국민연금 개혁카드가 대표적이다. 뼈를 깎는 쇄신을 말하면서, 정책은 정략적으로 비친다. 비정상적인 공무원연금 정상화는 외면하고, 국민연금 개혁안을 꺼내들었다. 동의하기 힘들다. 민생을 얘기하면서 민생과 한참 거리가 먼 정책을 펼친다.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기 힘든 가계가 7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안은 사실상 증세성격을 띤다.

수술대에 몸을 맡기는 환자는 병이 완치되기만을 바란다. 그런데 천공을 뚫고, 6년 후 재수술을 할지 모른다고 한다면 신뢰가 가겠는가. 5000만 국민은 의사에 몸을 맡기는 환자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표가 만약 차기 대선에 출마한다면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어떤 공약을 내걸까. 민심을 잡아야 표가 들어온다. 표를 쫓는 자는 민심은 잡을 수 없다. 문 대표는 제1 야당 대표다. 차기 대선 후보가 아니다.


김원석 글로벌뉴스부 부장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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