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비산업, 정부와 대기업이 살려라

네트워크 장비산업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롱텀에벌루션(LTE) 투자 이후 통신사 발주량이 급감한 탓이다. 여기에 고질적인 가격 후려치기와 같은 갑의 횡포까지 겹치면서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주요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줄도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통신강국의 외화내빈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네트워크 장비산업이 무너지면 통신강국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통신 서비스도 외산 장비에 의존해야 한다. 기술 종속뿐만 아니라 값 비싼 장비구매 비용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이미 경험했다.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할 때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안팎에 머물렀다. 결국 반도체 팹(fab) 하나를 지으면 미국과 일본 장비업체에 3조~5조원에 달하는 장비 값을 지불해야 했다. 반도체로 벌어들인 외화를 장비 값으로 고스란히 지불한다는 자조적 비판이 비등했다. LCD 강국으로 세계를 호령한 디스플레이 산업도 마찬가지였다.

해법은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대기업의 국산장비 우선 구매 정책에서 나왔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은 아예 국산 장비를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국산 장비 경쟁력이 높아지자 값 비싼 외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다. 독점 폐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국산 장비 생태계가 만들어지자 값 비싼 장비 구매 비용이 주는 선순환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국산 장비가 미국이나 일본 장비를 제치고 중국 시장을 석권하는 수출효자로 떠올랐을 정도다.

네트워크 장비 산업도 이를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와 LCD 장비 국산화율을 끌어 올린 정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네트워크 장비도 정부와 대기업 정책 지원이 없으면 자생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보듯, 장비 산업이 살아나면 통신 대기업에도 이득일 수밖에 없다. 멀리 보고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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