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와 중소 정보기술(IT)업체가 협력해 외산에 의존하던 금융 소프트웨어(SW)를 국산화했다. 두 회사는 해당 SW 소스코드를 공유, 대외사업에도 함께 나선다.
대형 금융사와 중소 IT기업 대표 상생 모델로 간주되며 금융SW 국산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세리정보기술과 공동으로 자산운용SW를 개발, 대외사업을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이미 국내 대형 보험사인 H생명과 제품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자산운용SW는 자산운용업무를 취급하는 보험사를 비롯해 은행·증권사가 주로 사용한다. 대부분 SAP 패키지 SW를 사용했다. 금융사는 글로벌 표준에 맞춰진 외산SW를 사용한 탓에 국가 정책과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편을 겪어왔다. 일부 기능은 수정·변경이 어렵다.
미래에셋생명과 세리정보기술이 개발한 국산 자산운용SW는 프런트오피스·미들오피스·백오피스로 구성됐다. 확장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고 유지보수 비용 등을 대폭 절감시켜 준다.
최근 보험사를 중심으로 자산운용시스템 재구축 작업이 추진되고 있어 국산SW 채택기회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보험사에 최적화됐을 뿐만 아니라 개발된 시스템을 적용하기 때문에 구축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H생명도 이 같은 장점을 높이 평가해 도입을 결정했다.
백성식 미래에셋생명 상무는 “새로 개발한 자산운용SW는 자산운용 역량을 갖춘 글로벌 투자 전문성을 포함하고 있다”며 “국내 자산운용 업무 프로세스가 최적화돼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은 SW 공동개발에 참여한 세리정보기술 측에 소스코드를 제공해 대외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세리정보기술은 보험사 등 금융사 대상 영업 및 판매를 담당한다.
미래에셋생명이 국내 업체와 자산운용SW를 개발한 것은 SAP코리아 추가 라이선스 비용 요구 때문이다. 지난 2007년 SAP 금융자산관리(FAM) 모듈에 기반을 둔 자산운용시스템을 구축한 미래에셋생명은 이후 SAP코리아로부터 추가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받았다. 운용자산금액 대비 라이선스 계약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에셋생명은 운용자산 규모가 커졌다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 SW 라이선스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세리정보기술을 사업자로 선정해 자산운용시스템 구축을 착수했고 지난달부터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백 상무는 “노하우를 대외에 공개하는 것은 부담이 되지만 외산SW 기업 라이선스 정책에 우리 보험업계가 휘둘리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대외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자산운용SW 교체를 검토하는 보험사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표. 미래에셋생명 개발 SW와 외산SW 비교>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