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4년 5월 8일,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발견한 프랑스의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단두대에서 참수되며 생을 마감했다.
라부아지에는 근대 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뛰어난 과학자로 1743년 파리에서 유명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라부아지에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법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그는 법학 외에도 수학과 천문학을 배웠고 자연과학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학교를 졸업한 뒤 조세공무원이 됐지만 개인적인 관심사였던 자연과학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그에게 조세공무원은 직업이었고 자연과학은 취미였던 셈이다. 하지만 과학 아카데미 사업에 참여하고 광물학 탐사를 다니는 등 본업을 뛰어넘을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활발한 과학 활동 덕분에 25세의 나이에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 후보자가 됐고 투표를 통해 회원이 됐다.
아카데미 회원이 된 후 그는 물이 흙으로 변한다는 원소변환설을 완전히 뒤엎는 실험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당시에는 물을 계속 증류하면 흙이 된다는 가설이 퍼져있었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증류 실험을 했고 실제로 고체가 남는 것을 보여줬다. 당시에는 이 고체가 물이 변해 생긴 흙이라고 생각했다.
라부아지에는 100일 동안 물을 증류하는 실험을 했다. 라부아지에의 실험에서도 고체가 나왔지만 그는 고체의 질량을 측정해 물을 증류하는데 사용했던 용기의 질량이 고체 질량만큼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즉 계속 증류하는 과정에서 용기가 녹아 생성된 고체이지, 물이 변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이후 라부아지에는 새로운 연소이론을 세우고 동료 과학자와 함께 질량보존의 법칙 등을 담은 책 ‘화학명명법’을 출간했다. 라부아지에의 연구 성과와 이 책은 ‘화학혁명’의 중심으로 평가된다.
공직과 연구에도 모두 뛰어났던 라부아지에지만, 프랑스혁명이 일어나자 구체제의 세금청부인으로 고발됐다. 결국 사형 결정이 내려졌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가 직업으로 삼았던 조세공무원이 독이 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