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평택에 대규모 반도체 라인을 구축하기로 하면서, 주변 부동산 투자가치가 높아졌다.
이기성 지스마트글로벌 사장은 몇 년 전 재무 부실로 경매에 올라온 평택 공장을 하나 인수했다. 순전히 부동산 가치 상승을 노린 거래였다. 회사 실무자는 공장 내 설치된 생산 설비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에 빠졌다. 고철로 팔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 사장은 이상하게도 생산 장비에 관심이 갔다. 그가 스마트 글라스사업과 인연을 맺게 된 시발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고철에 불과한 생산설비가 노다지로 바뀔지 아무도 몰랐다.
“매각된 회사 임직원을 수소문해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죠. 유리 두 장 사이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심어 반짝거리게 하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당시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이 뜨고 있었는 데 여기에 활용한다면 괜찮은 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사장은 이전 회사 핵심 인력을 모으고 디지털 사이니지와 미디어 콘텐츠 분야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미국 캠브리지대 교수를 만나게 됐고 곧 산학협력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반짝거리는 유리가 아니라 영상이나 광고를 띄울 수 있는 살아있는 유리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건물 외관 유리를 디스플레이로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가 탄생한 배경이다. 건물 외관 유리 안에 일정 간격으로 LED 칩을 심으면, 이게 먼 거리에서 보면 하나의 화소(pixel)가 된다. LED를 촘촘하게 심으면 스포츠 경기까지 보여줄 수 있는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다.
신축 건물 70~80%는 유리 외장으로 꾸며진다. 죽어있는 유리에 살아있는 콘텐츠를 입히면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퀘어는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플랫폼으로 연간 240억~250억원 수익을 올린다. 세계적인 명소가 된 것을 감안하면 무형의 가치는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도 한 때 도시의 흉물로 불렸다. 그러나 미디어 아트 작가가 수준 높은 작품을 건물에 입히면서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도시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주변 범죄율까지 크게 떨어졌다. 현재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경제적 가치는 수십조원에 달한다.
지스마트글로벌이 강남파이낸스센터(GFC) 건물에 스마트 글라스를 적용한 이후 근처 커피숍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콘텐츠 플랫폼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지스마트글로벌은 향후 시장 확대를 대비해 연구개발(R&D) 투자에 더욱 힘쓰고 있다. 10여개 국제 특허를 확보했고 4개 추가 특허 등록을 진행 중이다. 경쟁업체가 나타나더라도 베끼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칭·마운터·경화기·레진 주입 시설 등을 직접 개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기간에 유럽 작가가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우리 제품으로 투명 월을 설치했습니다. 이게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우리 회사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 누드 엘리베이터에도 우리 스마트 글라스가 채택됐죠. 우리나라 신축 건축물에 스마트 글라스가 대거 적용되고 세계적인 작가 작품이 걸리는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