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기업 오라클의 ‘불공정 계약’을 손본다. 오라클이 유지보수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차기 제품을 끼워 팔고, 부분 유지보수 계약을 허용하지 않는 등 불공정 거래를 일삼았다는 판단이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난 2월 구성한 공정위 ‘ICT 특별 전담팀’ 첫 번째 제재 대상은 오라클이 될 것”이라며 “심사보고서를 정리해 위원회 상정을 준비 중이며 이르면 6월이나 7월 제재가 확정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오라클이 유지보수 계약 시 차기 제품 구매를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기관이 향후 오라클 DBMS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도록 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했다는 판단이다. 오라클 DBMS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60%다.
공정위는 오라클이 유지보수 계약 체결 시 시스템 전체를 대상으로 강요한 사실도 문제로 보고 있다. 불공정 계약 때문에 소비자는 필요하지 않은 부분의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 처장은 “기업이 구매한 오라클 제품 중에는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것도 있지만 (계약상) 일괄적으로 전체를 다 유지보수 받아야 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고객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제재가 확정되면 국내 DBMS 시장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DBMS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오라클 지위가 흔들릴지 관심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오라클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8175억원으로, 이 가운데 유지보수·라이선스로 약 60%를 벌어들이고 있다.
외산이 독점해온 국내 DBMS 시장에서 국산 시장점유율 확대도 기대된다. 국내 DBMS 시장은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장악하고 있으며 국산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0%에 못 미쳤다.
오라클이 글로벌 정책을 바꿀지도 관심사다. 끼워 팔기와 부문 유지보수 계약 금지 제재는 세계에서 첫 번째 사례다. 타국에서 이번 제재를 근거로 오라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만큼 글로벌 정책 변경도 가능할 전망이다. 독일 SAP는 지난해 공정위 제재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고객사 계약 부분 해지 금지 정책을 철회한 바 있다.
오라클은 이와 관련,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공정위 최종 발표 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현재 조사 중인 퀄컴 불공정 행위 처리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ICT 특별 전담팀은 퀄컴의 특허 끼워 팔기 등과 관련 위법성을 조사하고 있다.
신 처장은 “퀄컴 관련 사안은 따져야 할 게 많고 행위 유형이 복잡하다”며 “연말까지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