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아베노믹스 3년... 일본 경제 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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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지 3년째다. 초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 부양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했다. 실제로 일본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예측부터 과도한 양적완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최근 일본 경제지표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침체기를 지나 일본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저 효과로 수출은 늘었다. 일본 주요 기업 실적은 몇 년 내 최고치로 올랐다. 일본 내 부채총액은 2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일본이 내건 목표에 못 미친다. 내수 시장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되살아나는 일본 경제지표

2012년 일본은 장기 침체와 저성장 결과로 국내총생산(GDP)이 474조엔(약 4321조원)을 기록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에서 3위로 내려앉으며 중국에 추월당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소비부진으로 생산둔화와 물가하락이 이어졌다. 기업 실적은 감소했고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아베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과 동시에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아베노믹스에 시동을 걸었다. 양적완화 정책으로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고 엔 환율을 낮춰 수출 증가부터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을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공공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규제개혁, 전략 사업 육성에 나섰다.

아베노믹스에 힘을 얻은 일본 경제지표는 살아나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 2014년 회계연도 예상이익은 과거 최고치였던 2008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상장기업 경상이익 증가율은 3% 수준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와 전기전자 기업 실적상승이 눈에 띈다. 구조개혁이 마무리되며 경영 수준이 건전해졌다. 엔저로 수출이 확대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주 15년 만에 장중 2만 선을 돌파했다.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989년 말, 3만9000 가까이 오른 후 내리막길을 걷던 일본 주식 시장이 아베노믹스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닛케이지수 전망치를 2만1700으로 상향 수정했다. 일본 내 연구소도 최고 2만300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에서는 올가을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 여파까지 염두에 둔 수치라 보수적인 만큼 실제 주가는 더 높게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달 발표된 지난 2월 일본 무역 수출액은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동기 대비 232억엔(약 2100억원) 늘어난 5조9588억엔(약 54조원)을 기록했다. 수입액은 저유가 호재를 맞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65억엔(약 3조7000억원) 줄어든 6조1020억엔(약 55조원)이었다.

작년 1월 2조4169억엔(약 22조원)까지 늘었던 무역적자는 1431억엔(약 1조3000억원)으로 2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보였다. 기업과 기관투자자 해외 투자 수익도 늘어나며 일본 경상수지는 1조4401억엔(약 13조원)으로 3년 5개월 만에 대폭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 내 부채 총액도 1989년 이후 25년 만에 2조엔(약 18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부채액은 전년 대비 33% 줄며 1조8686억엔(약 17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업 도산도 전체 10개 업종 중 8개에서 줄었다. 일본 전체 기업 20%를 차지하는 건설업체 도산은 전년 대비 18% 낮아졌다.

◇임금인상에도 회복 더딘 내수 경기

엔저 현상에 힘입은 일본 기업 실적개선 여파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임금인상 효과가 내수경기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일본 노동부는 이달 초 지난 2월 근로자 월평균 수입이 26만1344엔(약 238만원)으로 0.5%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지급된 연말 보너스도 37만5431엔(약 342만원)으로 6년 만에 처음으로 늘었다. 약 1.9% 상승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다. 22개월 연속 감소세다.

일본 대기업은 올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시장은 이달분 임금부터 적용되는 인상이 실제 내수경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월 기본급을 4000엔(약 3만6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임금협상 방식이 도입된 지난 2002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이다. 닛산과 혼다도 각각 5000엔(약 4만5000원), 3400엔(약 3만원) 월 기본급 인상안을 내놨다.

히타치, 파나소닉, 도시바 등 전자 대기업 6곳도 모두 올해 기본급 3000엔(약 2만7000원)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큰 인상이다. 이 밖에 대형 외식업체 등도 임금인상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했다.

대기업 정규직 임금 인상 움직임은 뚜렷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급여에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실제로 경기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일본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로이터통신 조사에 응답한 중소기업 230곳 중 14곳만이 올해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중소기업 중에는 엔화 약세로 오히려 피해를 본 기업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소비자도 여전히 지출을 망설이고 있다. 일본은행이 이달 초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계속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 75.3%나 됐다. 82%가 상품 가격이 올랐기 때문으로 답했고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6.4%를 차지했다. 응답자 13.4%는 소비세율 인상 전 사재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본은행이 양적완화 탈출 목표로 정한 물가상승률 2%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란 회의론도 등장했다. 지난 2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소비세율 인상을 반영하면 상승효과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기업 임금 인상이 가계지출을 늘리는 기폭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물가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양적완화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