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홍콩 ICT산업 미래 `사이버포트`

사이버포트가 홍콩 ICT 스타트업 산실로 조명받는다. 사이버포트는 지난 2005년 정부 지원 아래 설립된 중소기업 지원 기관이자 산업단지다. 일명 홍콩판 실리콘밸리다. 실리콘밸리에 비해 시설과 프로그램에서 뒤질 게 없다. 우리나라 정부가 최근 조성한 창조융합단지와 콘텐츠코리아랩 비슷하다. 하지만 규모와 시설 면에선 국내 스타트업 지원 기관 대비 열 배 이상 크다. 높은 인구 밀도 탓에 부동산 임차료가 비싼 홍콩임에도 불구하고 고급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텔레그래프베이에 위치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넓은 공간과 최신식 시설을 갖춰 입주기업과 방문자가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 대학으로 꼽히는 홍콩대학이 인접해 자연스럽게 인재가 찾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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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포트는 세계 최고 ICT 설비를 갖춘 홍콩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다. 커렌 우 사이버포트 기업담당 실장이 모형도를 통해 사이버포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커렌 우 사이버포트 기업담당 실장은 “2000년 초반 홍콩특별정부행정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스타트업 육성의 필요성을 느껴 세계 최고 수준 스타트업밸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고 귀띔했다.

스타트업 지원 펀드와 지원 프로그램은 2012년에 본격화됐다. 현재 200여개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입주는 최장 2년까지 가능하다. 6개월간 상업화 가능한 아이디어나 개발 초기 제품을 내놓고 심사에 통과하면 된다. 나이, 성별 구분은 없다. 중국 본토와 다른 국가 스타트업도 지원할 수 있다. 펀드는 조건 없이 최고 1500만원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우 실장은 “입주기업과 펀드 수혜대상 가운데 10%가 해외에서 왔다”며 “국적도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독일, 호주, 영국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입주사들도 크게 만족했다. 호주 출신 패티 헌트 온오프 디자인앤테크놀로지 대표는 “호주는 세금도 높고 젊은이들이 창업하기 어려운 환경인 반면에 홍콩 정부와 민간에서 운용하는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펀드를 갖춰 젊은 엔지니어가 창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이버포트는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도록 마케팅과 네트워크를 지원해 스타트업으로선 최고의 장소라고 손을 치켜세웠다.

성공 사례도 꾸준히 나온다. 대표적인 기업이 이벤트X트라다. 섬 웡 대표는 홍콩 액셀러레이터 기관인 사이버포트 지원을 받은 대표적 사례다. 사이버포트가 운용하는 마이크로 펀드(CCMF)에서 1000만원 상당 장려금을 받았다. 사이버포트 CCMF에 지원해 6개월 만에 기본 제품을 내놓고 상업성 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최근 홍콩 정부가 주최한 ‘국제 IT페스트’ 가운데 최대 행사인 ‘홍콩 ICT 어워즈’를 도맡았다. 홍콩 정관계와 IT 업계 거물, 스타트업 수상자 1000명이 모이는 행사다. 이벤트X트라가 행사를 맡게 된 것은 지난해 개발한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 행사 진행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덕택이다. 행사사전 단계인 초대장 발송과 발권, 참여자 확인과 인쇄, 사람간 연결, 이벤트 데이터 통계, 설문까지 아우른 이벤트 기획 평가 원스톱 솔루션이다.

섬 웡 이벤트X트라 대표는 “한 해 동안 중국에서만 세계 행사 5분의 1인 100만건이 이뤄진다”며 중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국적이나 나이, 인종에 관계없이 산업을 발전시킬 아이디어를 키우겠다는 기본 이념은 산업과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 실장은 “이벤트X트라를 포함해 100여개에 이르는 스타트업이 홍콩과 중국, 미국 등지에서 펀딩을 받고 사업을 키우거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큰 기업에 인수된 사례도 늘고 있다”며 “비록 스타트업이 당장 경제 구조를 바꾸지는 않지만 산업과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