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진균성 뇌수막염 치료제 개발 가능성 높여

호흡기를 통해 감염돼 중추신경계에 침범하면 생명까지 위협하는 진균(곰팡이균)성 뇌수막염은 매년 100만명 이상 감염되고, 이 중 60%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에이즈, 장기이식 환자 등 면역저하 환자나 노인들에게 주로 발병한다.

Photo Image

뇌수막염은 발병 원인과 과정에 대한 규명이 어렵고, 진균류와 포유류 모두 세포구조가 진화적으로 유사해 진균류만의 타깃발굴이 어렵다. 때문에 효과적인 예방법이나 부작용(신장 및 간 독성)이 없는 항진균제가 개발되지 못했다.

현재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항진균제 아졸(Azole)은 약물에 대한 저항성 균주 출현도가 증가하고 있다. 폴리엔(Polyene) 계열의 약물은 독성이 심하다. 때문에 부작용이 적으면서 광범위한 활성을 나타내는 항진균제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세대 반용선 교수팀이 진균성 뇌수막염의 전사조절인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기능을 규명해 항진균제와 뇌수막염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전사조절인자는 생물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한 종류로 세포속의 모든 생물현상을 조절한다.

연구팀은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진균 속에서 질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항진균제 저항에도 관여하는 새로운 전사조절인자들을 발견했다. 진균 속에는 포유류와 유사한 보통의 전사조절인자뿐만 아니라 진균만의 독특한 전사조절인자들이 100여개 이상 존재하고, 이 독특한 전사조절인자들이 세포 속 스트레스 조절, 질병유발, 항진균제 저항에 관여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세포내 유전자 발현을 관장하는 155개 전사조절인자에 대한 총 322개 유전자변이균주를 제조했다. 뇌수막염 유발 병원성 진균인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의 병원성 조절 신호전달기작을 유전체 수준에서 이해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치료타깃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들에 대한 병원성을 비롯한 30여개의 다양한 형질에 대한 통합적 분석을 실시해 유전체 수준의 전사조절인자 네트워크를 밝혀냈다.

특히 전체 전사조절인자들이 숙주 내에서 병원성 관련해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곤충숙주모델과 마우스 모델을 이용해 대용량 병원성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다양한 전사조절인자들이 병원성에 기여함을 확인했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전사조절인자 형질 분석 결과를 서울대 곰팡이병원성 연구센터(소장 이인원) 도움을 받아 크립토코쿠스 전사조절인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다른 연구자 및 일반인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제조된 크립토코쿠스 변이균주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미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의 연구진과 국제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항진균제 개발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특허 2건을 출원했다. 10조원 이상의 항진균제 시장에 국내 산업계가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이번에 새로 발견한 유전자 또는 단백질 저해 물질과 현재 사용되는 항진균제를 동시에 처리할 경우 기존보다 약물을 적게 사용하고도 항진균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용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질병유발 및 항진균제 저항에 관여하는 새로운 곰팡이균 전사조절인자를 대규모로 발굴한 사례”라며 “전사조절인자 타깃 약물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성 차세대 항진균제 개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7일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