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버즈-황민교 기자] 귀뚜라미 보일러가 성능 관련 거짓·과장 광고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철퇴를 맞았다. 부당 광고행위는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노골적으로 이루어져 소비자들에게 더욱 큰 배신감을 주고 있다.
귀뚜라미 보일러는 경동나비엔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국내 대표 보일러 기업.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식의 과장 광고 문구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시장 선도 기업이라 하기에는 윤리의식의 부재가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그간 쌓아온 높은 판매량과 매출액에 과장광고가 일정 수준 기여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책임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한 업계관계자는 “일단 소비자가 현혹될만한 말을 내뱉고 실익을 챙긴 다음, 수정하는 건 건전한 기업이 할 만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꼬집는다.
사실 귀뚜라미 보일러의 윤리의식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최진민 명예회장은 회사 인트라넷에 무상급식은 ‘공짜근성=거지근성’이라 표현, 주민투표를 독려하는 공지를 2회에 걸쳐 올린 바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연구원 특허 가로채기’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뤘다. 연구원의 특허를 갈취해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받고, 특허권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이다. 2011년 불거진 논란은 현재까지 소송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혈 경쟁에 가까운 과도한 할인 행사는 하지 말자고 타제조사와 공동선언을 해놓고 일주일채 지나지 않아 이를 어기는 등 가스보일러업계 업계 내에서도 손가락질을 받은 내력도 있다.
한 동안 잠잠한 듯 했던 귀뚜라미의 불명예 논란은 공정위의 6일 발표로 다시 한 번 불을 지핀다. 공정위는 보일러 유통전문회사 귀뚜라미가 2012년 제품카탈로그, 자사 홈페이지 등에서 보일러 성능을 부풀려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 위반행위로는 어떤 사례가 있을까? 먼저 보일러에 적용된 기술, 생산규모 등과 관련해 ‘세계최초’ ‘세계최대’ ‘국내에서 처음’ 등의 표현을 객관적인 근거 없이 남발했다.
150여 년 전부터 사용되던 4PASS 열교환기(보일러 내에서 4차로 계속 연소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와 1978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한 콘덴싱 보일러(배기가스에 포함된 수증기를 응축, 에너지 절약 가능)를 자사가 세계최초로 구현했다고 광고했다. 2004년 오스트리아 오코핀(OKOFEN)사가 먼저 내놓은 펠릿보일러(친환경 난방연료 펠릿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대해서도 동일한 주장을 했다.
“보일러 생산규모 연간 100만대로 현재 세계최대 보일러 회사”라는 문구도 문제가 됐다. 귀뚜라미의 생산량은 약 43만 여대. 2012년 기준 연간 164만 대를 판매하는 독일 바일란트에 크게 뒤진다.
보일러 기술특허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기도 했다. 동종업계에 보편화된 ‘가스 감지기술’은 자사 유일의 특허 기술로 둔갑, ‘재해방지 안전시스템’ 실용신안권은 특허로 탈바꿈했다.
이밖에 난방가동 시간, 가스비 절약 효과, 실사용 효율, 열전도율 등 구체적인 보일러 성능에 관련해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보일러 제품관련 사고 발생 사실이 있음에도 “국내 유일의 무사고 안전보일러”라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 명령을 내렸고, 사측은 공정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광고를 수정하거나 삭제했다고 밝혔다.
불미스러운 의혹이 끊이지 않음에 따라 기업 차원의 윤리의식 재고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황민교 이버즈 기자 min.h@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