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회로기판(FPCB) 산업이 공급 과잉 충격을 딛고 성장세로 전환했다.
지난해부터 FPCB 업체가 생산능력을 줄여온 데다 최근 스마트폰 수요가 다시 살아난 덕분이다. 국내 FPCB 산업이 다시 대세 상승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국내 주요 FPCB 업체에 따르면 생산 라인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잇따라 성공했다.
FPCB 업계는 2012년부터 생산설비 증설 경쟁을 벌였다. 이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부진까지 겹치면서 FPCB 업계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대다수 FPCB 업체가 실적부진에 시달린 이유다.
그러나 올해 들어 FPCB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2012년 설비투자한 감가상각비 부담이 최근 줄어들면서 재무상황이 개선됐고 수요 확대로 가동률은 점차 올라가고 있다.
최대 FPCB 업체 인터플렉스의 지난해 감가상각비는 800억원이다. 내년에는 300억원으로 줄어든다. 2017년에는 40억원 이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에이치도 지난해 감가상각비 190억원에서 내년 140억원으로 줄어든다. 2017년에는 100억원 이하로 낮아질 전망이다. 대덕GDS·플렉스컴 등 상당수 FPCB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생산라인 가동률이 회복된 것도 FPCB 업체에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국내 FPCB 업계 생산라인 평균 가동률은 70% 초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 들어 상당수 업체들이 80% 수준으로 들어섰다.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 증가에다 갤럭시S6 물량까지 더해진 덕분이다.
지난해 3분기를 저점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용 FPCB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FPCB 업체들이 특히 기대를 거는 곳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다. 올해 삼성전자 갤럭시A, E, J 시리즈 총 생산량은 8000만~9000만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인터플렉스는 영업이익 22억원을 기록해 5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갤럭시S6용 FPCB 수요가 늘어난 데다 베트남 공장 증축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반기 애플향 물량은 기존 대비 갑절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에이치도 갤럭시S6 물량 수혜로 주력 사업이 상승세인 데다 안테나용 FPCB 신규 매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종전에 LDS(Laser Direct Structuring, 레이저를 이용해 패턴을 그려넣는 방식)안테나를 썼지만 갤럭시S6부터 FPCB 안테나를 쓰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6 예상 판매량이 5000만대 수준으로 추산되고 대당 FPCB 채택량도 전 모델보다 늘었다”며 “FPCB 생산능력 확대가 제한적이라고 가정하면 올해 업체 상황은 지난해보다 훨씬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