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로메티 IBM회장이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에게 한국 방문에 맞춰 만남을 제안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주전산기 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던 KB금융이 IBM에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는 관측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IBM은 로메티 회장 한국 방한에 맞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만남을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팅일자도 윤 회장 시간에 맞추기 위해 두 개를 지정해 제안했지만 KB금융지주에서 윤회장 일정이 모두 있다며 만남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IBM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IBM 회장의 만남 제의를 국내 금융지주 회장이 거절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주전산기 주요 협력사인 IBM과 KB국민은행 관계는 수십년간 공생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KB 관계자는 “IBM측에서 먼저 만남을 제의한 사실은 맞다”면서도 “윤 회장 일정이 이미 있어서 이를 IBM 측에 전달한 것이지 일부러 만남을 회피한 건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사실 KB금융지주 주전산기 사태는 IBM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지주회장, 행장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주전산기 갈등에 연루된 모든 임원이 물갈이 될 정도로 파장은 컸다.
하지만 최근 KB국민은행이 주전산기 교체 사업자로 다시 한국IBM을 선정하면서 양사 관계가 회복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윤 회장이 IBM회장 만남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과거 주전산기 갈등을 둘러싼 양사 앙금이 여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