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인증은 국내외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유망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손꼽힌다. 주요 제품이나 서비스를 믿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신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별도의 중요 산업으로 경제성장까지 뒷받침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시험인증 국내시장 규모는 8조4000억원, 세계시장은 153조원을 기록했다. 오는 2017년에는 국내 12조4000억원, 세계 221조원 규모로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제품 다양화와 기술 융복합 추세에 발맞춰 시험인증 시장도 고성장이 예고된 것이다.
규모가 큰 서비스 산업이고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시험인증 산업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SGS, TUV, UL 등 글로벌 기관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와 가전,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국 대열에 올라있지만, 이를 지원할 시험인증에서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험인증은 국내 제조업·서비스산업 발전과도 연계돼 있다. 국내 제품이 대부분 해외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기술유출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 주요 선진국은 자국의 시장 보호를 위해 시험인증 절차를 까다롭게 하거나 시간을 지연하는 등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국내 시험인증산업의 고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시험인증은 개별 산업으로도 매력적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내 시험인증 시장은 연평균 8%, 해외시장은 6%의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IT 융합제품이 늘고 산업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시험인증의 수요는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시험인증을 단순히 국가산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별도의 유망 산업군으로 육성하면서 ‘두마리 토끼’를 모두 노려야 한다는 의미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우리나라 시험인증산업의 문제점으로 △독자적 산업화 전략 부재 △업계의 영세성 △글로벌 기관대비 역량 부족 △적극적 시장개척 노력 부족으로 꼽았다.
국내 시험인증기관은 글로벌 기관과 직접 경쟁보다는 치열한 부문을 회피하면서 자기 영역 안에서만 안주해왔다. 그 결과, 지난 수십년간 내수시장에 만족하는 ‘우물안 개구리’식 운영만 계속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험인증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충분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기반의 풍부한 수요를 갖춘 데다 첨단 IT와 융합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관련 시험인증에서도 기술력은 충분히 확보된 상태다. 우수한 전문 인력 풀이 있고 세계 어느 기관보다 신속한 서비스 대응이 가능한 것도 우리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국가 인지도 상승과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으로 국가 교역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기회 요인이다.
우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대형 기관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강점이 있는 산업과 연계한 시험인증의 고도화가 우선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표원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3D 프린팅 △스마트 에코 빌딩 △원격 융합 의료기기 등 16대 유망 시험인증서비스 분야를 지난해 선정했다. 이들은 부상 중인 신산업으로 아직까지는 산업 초기 단계다. 이에 대해 우리 시험인증기관의 발빠른 대응과 주도권 확보가 우선 필요하다.
시험인증기관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협업도 보다 확대돼야 한다.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컨소시엄의 협업 모델을 발굴하는 것을 포함해 보다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 시험인증은 단순히 기술력만으로 시장을 빠르게 확보하기 어려운 분야다. 기관 자체의 브랜드 가치도 높여야 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 글로벌 인증기관과의 ‘교차 시험인증’ 자격 획득도 필요하다.
해외 시장은 주요 거점을 지정하고 국내 제조·서비스기업이 진출한 지역에서부터 시험인증 역량을 키워나가는 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국내 한 시험인증기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험인증은 시장 선점보다는 글로벌 기관을 뒤따라 잡기에도 급급했다”며 “무엇보다 기관 자체의 기술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며, 국가 시험인증 브랜드 확보, 국내 기관의 적극적 해외시장 진출 유도 등 정부 차원의 시험인증 고도화 작업도 보다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