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15개 다운로드해야 사용할 수 있어 이용자 불편 가중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A사장은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기 위해 국세청이 23일 개통한 차세대통합시스템 홈택스에 접속했다.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추가 프로그램 15개를 다운로드하라는 문구가 화면에 표시됐다. 이들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과정에서 PC를 여러 번 껐다 켜야 했다. 일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과정에서는 PC가 멈추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종전 ‘e세로’ 사이트를 이용할 때는 이런 불편함이 없었다.
국세청은 국민의 이용편의를 돕기 위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서비스를 한데 모은 차세대 홈택스 서비스를 지난 23일 시작했다. 하지만 10여개에 달하는 추가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면서 이용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금융권에 액티브X와 보안 프로그램 의무 설치 폐지를 권했지만 공공 서비스는 역주행한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기존 홈택스와 전자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연말정산간소화, 근로장려세제, 공익법인공시, 국제법령정보, 고객만족센터 등 세금 관련 8개 민원사이트를 차세대 홈택스(www.hometax.go.kr)로 통합했다.
기존 e세로나 현금영수증 홈페이지에 가입된 사업자 회원은 새로운 홈택스 시스템에서 다시 사업자 회원으로 가입해야 정상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다시 사업자 회원을 가입한 후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려고 할 때 내려받아야 할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공인인증서 프로그램부터 개인 PC보안, 키보드보안, 부정접속차단, 증명서위변조방지, 음성변환바코드, 파일전송, 전자서명, PDF뷰어, 화면캡처 방지, 시점인증, 파일복호화, 전용메일수진, 통합웹메일 등 액티브X나 범용실행파일(EXE) 형태로 PC에 내려받아야 하는 프로그램이 15가지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필수항목은 8가지다. 돈을 주고받는 전자금융거래나 전자결제 때보다 설치해야 할 프로그램이 더 많다.
보안전문가들은 내려받아야 하는 프로그램 수도 문제지만 기능상 문제를 지적한다. 이용자 PC의 모든 정보와 컨트롤 기능을 가져가는 탓이다. 만약 이들 프로그램에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면 공격자에게 모든 정보를 내주는 꼴이다. 이들 프로그램을 설치하려면 몇 번씩 PC를 껐다 켜야 하는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한다. 일부 PC에서는 프로그램 간 충돌을 일으킨다.
김진국 플레인비트 대표는 “이번에 개편한 국세청 홈택스를 이용하려면 기본 8개는 물론이고 나머지 프로그램도 대부분 설치해야 한다”며 “이용 거래에 따라 선별적으로 설치하게 할 수도 있는데 홈택스에서는 너무 많은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존 8곳에 분산돼 운영되던 서비스를 한곳에 모으다 보니 내려받아야 할 프로그램 수가 늘어났다”며 “일부 프로그램 충돌현상은 개인 PC별 환경이 다르기 때문으로 판단되며 개편 초기 지적된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