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송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는 것은 에너지 산업의 만년 과제다. 특히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 등 미래 재생 에너지 공급원은 바다 한가운데와 같이 전력 수요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할 때 효과적이기 때문에 송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스웨덴 찰머스 공과대학 연구진은 최근 고압 케이블에 사용됐던 절연 플라스틱에 나노크기의 탄소 공(Carbon Ball)인 플러렌을 추가하면 26% 더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압이 높을수록 송전 과정의 전력 손실은 줄어든다. 하지만 더 많은 전자가 절연재료로 누출돼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플러렌 분자 그룹에서 나노재료 C60 탄소 공의 다양한 변형이 고전압 케이블에 사용되는 절연 플라스틱의 내구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에 소량의 플러렌을 추가해 기존보다 더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는 전력 케이블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탄소 원자 60개로 축구공과 같은 모양을 이루는 플러렌은 1985년 처음 발견됐다. 다이아몬드를 능가하는 강도를 가지며 고온과 고압에도 잘 견딘다. 물질 결합에 따라 도체·반도체·초전도체의 성질을 지닌다. 높은 응용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산업적으로 활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연구진은 같은 두께에서도 26% 더 높은 전압을 견딤으로써 송전 시스템에 상당한 효율 향상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고압 전력 케이블은 무겁고 제어가 어렵다. 산업계에서 케이블을 더 이상 두껍게 하지 않으면서 전도 효율성까지 높이는 데 관심이 많은 이유다.
연구진은 스웨던 전력회사와 협력해 고전압 케이블 완성을 위한 대규모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원거리 송전에서 효율성이 높은 직류에 이 방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