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CES2015가 우리에게 던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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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가 막을 내렸다. 전 세계 IT·전자 업체들의 각축장이자, 산업 트렌드와 신기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CES의 백미는 각종 어워드다. 삼성·LG가 CEA가 꼽은 브랜드 순위 1·2위에 나란히 오르는 등 우리 대기업도 선전했지만, 올해의 주인공은 단연 실리콘밸리의 벤처·스타트업들이었다.

CEA 공식 어워드 파트너 엔가젯(Engadget)은 15개 분야에 걸쳐 ‘베스트 오브 CES’ 제품을 뽑았다. 실리콘밸리 벤처 에너고우스(Energous)는 무선충전기술인 와트업(Wattup)으로 ‘베스트 홈제품’과 ‘베스트 이노베이션’ 2개 부문을 휩쓸었고, ‘베스트 스타트업’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곳에 붙여 사용할 수 있는 스티커 형태의 센서를 개발한 엠프스트립(Ampstrip)이 선정됐다. 우리나라 제품 중에서는 LG전자의 ‘울트라 OLED TV’만 ‘최고 TV제품’으로 ‘베스트 오브 CES’ 수상 제품 명단에 이름을 올려 아쉬움을 남겼다.

텔레웍스(손목 및 목걸이용 스마트시계)나 휘트라이프(건강관리를 위한 활동관리 솔루션) 등 많은 한국 유망 중소·벤처기업이 CES에 참가했지만, 아쉽게도 우리 벤처기업은 주요 어워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코트라가 한국관 참가업체를 대상으로 월마트, 아마존과 같은 미국의 주요 도소매 유통기업들과 상담 기회를 마련하는 등 우리기업의 기술력을 홍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삼성·LG에 비해 CES에서 한국 벤처 및 스타트업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사실 미국의 벤처·스타트업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중소 벤처기업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턱없이 열악하다. 특히 중국, 대만 등 중화권 업체들이 1000개사 이상 대거 CES에 참가하여 전시관을 점령하다시피 하는 ‘중국 IT기업의 황색 공습’은 우리 IT·전자 산업의 미래 전망마저 어둡게 한다. 이번 CES는 벤처·스타트업 육성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국의 IT산업을 따라잡는 것은 요원하고, 중국 전자산업에도 추월당할 수 있다는 강한 경고를 던진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장기적으로 창의적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 및 사회적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 더불어 우리 벤처기업의 육성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시적 대책 세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판교테크노밸리 등 다양한 인큐베이팅센터 설립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구축됐다. 이제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및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확대를 통해 창업, 투자, 성공, 회수, 재도전이라는 선순환 구조의 확립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선순환 구조가 우리 창업 생태계에 뿌리를 내리면 자연스럽게 우수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출현해 페이스북이나 알리바바처럼 세계시장을 호령하게 될 것이다.

둘째, CES 등 산업별 글로벌 선도전시회에 대한 우리정부의 ‘해외전시회 참가지원 사업’을 더욱 확대해 우리 스타트업들이 세계 시장에 선보일 기회를 더욱 많이 만들어야 한다.

KOTRA도 해외전시회 한국관 사업을 통한 단체참가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해외전시회 개별참가지원 및 월드챔프사업 등을 통해 우리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유망전시회 참가지원 서비스를 확대해 나아갈 것이다.

셋째, 국내 전시회의 글로벌화를 통해 우리기업들의 ‘홈그라운드 해외마케팅’ 기반을 조성해야한다. 안방에서 CES와 같은 글로벌 전시회를 개최한다면, 우리 벤처기업이 주요 어워드에 단 한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전시회의 단기적 육성이 어렵다면, 유명 해외전시회의 프랜차인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침, 세계 최대 정보통신박람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가 2018년까지만 바로셀로나에서 열리고, 이후 개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MWC 유치는 한국의 세계 ICT 중심국가 부상과 함께 라 벤처·스타트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신환섭 KOTRA 중소기업지원본부장 shin618@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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