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급변하는 김정은 북한경제, 바로 알아야 `통일금융` 해법 나온다

Photo Image

창조경제 엔진으로 통일 대박론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앞서 북한 경제 체제를 정확히 알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김정은 체제 아래 북한 경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북한의 실상을 모른 채 무작정 통일 이후를 생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은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핵심은 분배제도 개선과 시장을 활용한 효율성 제고, 국가계획 축소와 운영체계 개선이다.

농업과 기업부문에서 생산물에 대한 분배제도 개선은 초과 달성한 생산물에 대해 시장 거래를 용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그 처분에 대한 권한도 허용된다. 시장을 폭넓게 활용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데 목적이 있다.

농업부문 개혁 조치도 북한 경제의 달라진 실상을 반영한다. 2012년 시범 사업을 마무리하고 2013년부터 전체 농장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현물분배와 분조관리제도라는 생소한 정책을 펴고 있다. 현물분배제도란 계획 생산량에서 30%에 해당하는 협동조합 몫을 현물로 분배하는 것이다. 이전에 생산비와 각종 기금을 공제한 후 남는 분배 몫을 국가가 낮은 가격으로 현금 수매하던 제도에 비하면 자본주의 논리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전담당제는 협동농장 생산의 최소 단위인 10~25명의 분조를 다시 나누어 3~5명의 농장원에게 1개씩 포전의 생산을 책임지게 하는 제도다.

기업부문 분배제도 역시 초과생산물에 대해 자율적 처분권한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유통부문에서 시장 활용 정책은 보다 적극적이다. 기업 간 이루어지는 계획 이외의 유휴물자 교류와 국영상점을 통한 소매거래에서는 시장 가격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는 소유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개인 이용권 매매도 암묵적으로 인정된다.

김정은 체제는 외화확보를 목적으로 한 다양한 조치들도 강화하고 있다. 대외경제기구 개편과 경제특구 설치를 통해 외자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3개 대외투자유치기관을 ‘대외경제성’으로 통합했고 북한 전역에 경제 특구를 설치하는 계획을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의 형식으로 대외에 발표하기도 했다.

해외인력 송출을 통한 외화확보 노력에도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은 정권 이후 파견 노동자의 규모는 5만명 내외로 2010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기관·기업소·단체들의 외화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개인에게도 외환거래소에 시장 환율로 환전해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외화계좌 개설 허용은 무역 자유화 조치를 가장한 외화흡수 벌이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북한 마식령 스키장이 한국 뉴스 등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또 하나의 달라진 경제 정책은 전시성 건설사업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대규모 아파트와 위락시설, 도시 외관 정비 사업 등 과도한 재원을 전시성 건설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특권층을 위한 아파트와 마식령 스키장, 문수물놀이장, 미림승마구락부 건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전시성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념 선전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적극적이었던 이전 정권과 달리 김정은 정권은 비생산적인 건설 사업에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단기간 내 경제 개선의 신호효과를 노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금융권은 이 같은 목적성 정책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북한 경제의 가장 큰 제약 조건은 그동안 잇따른 정책 실패로 정책수단의 활용 여지가 크게 축소돼 있다는 점이다.

먼저 시장억제 정책의 실패를 들 수 있다. 2007년부터 시장억제 정책 기조로 전환됐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반시장적인 정책기조는 2009년 몰수형 화폐교환 조치를 통해 극대화된다.

2009년 11월 30일 단행한 100:1(옛화폐 100원을 새화폐 1원으로 교환)의 화폐개혁은 수많은 부작용만 초래한 채 목표달성에는 실패했다.

김정은 체제의 경제 정책은 중장기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체감경기 호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북한 경제의 개선 현상을 일시적 경기 호전이나 체감 경기 개선 정도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

<[표]북한 GDP(실질) 산업별 비중(단위 : %) / 자료 : 한국은행>

[표]북한 GDP(실질) 산업별 비중(단위 : %) / 자료 : 한국은행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