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1월 17일, 미국 해군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호’가 항행을 시작했다.
노틸러스(Nautilus)란 영어로 ‘앵무조개’를 뜻하는데, 예전부터 잠수함 이름으로 쓰여 왔다. 1800년 미국의 공학자 R.풀턴이 프랑스에서 최초의 잠항정 노틸러스호를 만들었다. 이후 1886년에 축전지를 사용하는 전동잠수함 노틸러스호도 만들어졌다. 노틸러스호라는 이름은 1870년 쥘 베른이 출간한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리’에도 등장한다.
이후 미국 해군이 만든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호가 등장한다. 가압수형 원자로 1기와 증기터빈 2조, 어뢰 발사관 6기를 갖추고, 길이는 97.5m였다. 배수량은 최소 2980톤, 최대 3520톤이다. 수상에서 20노트의 속도를 냈으며, 수중에서도 20노트 이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승무원은 96명이 탑승했다.
원자력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의 단점인 잠행시간 제한과 낮은 속도 등을 완전히 뒤집었다. 원자력 잠수함은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산소 공급이 불필요하다. 잠항력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잠항 중에 수상항해 시 사용하는 추진기관을 그대로 이용한다. 수중에서 조파저항이 없어 수상항해보다 더 고속을 낼 수 있다.
노틸러스호도 수상에서는 20노트의 속도지만, 잠항시에는 그 이상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노틸러스호는 1955년에 항행을 시작한 후 1957년에 연료보급을 받을 때까지 26개월간 약 7만해리를 주행했고, 1959년에 제2차 연료를 공급받을 때까지 다시 9만3000해리(8만해리 잠항)를 항해함으로써 재래식 잠수함의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었다. 1958년 8월에는 세계 최초로 북극점을 잠수 횡단하는 기록도 세웠다.
1회 연료공급으로 지구 일주를 할 수 있고, 쉽게 탐지할 수도 없는 등 원자력 잠수함의 뛰어난 성능으로 인해 현재는 주력 잠수함으로 자리매김했다. 원자력 잠수함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계속 강화됐다.
한편 노틸러스호는 1980년까지 항해임무를 수행하다 퇴역했고, 1985년부터 코네티컷주 뉴런던에 있는 해군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