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럽 물가가 전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며 디플레이션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곧 열리는 이사회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0.2% 하락했다고 전했다. 당초 0.1% 하락을 예상했던 시장 예측을 넘어섰다. 200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물가 상승률 역시 전월대비 0.5%포인트 내려가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11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3%를 기록했다. 경기가 그나마 낫다는 독일과 동유럽 물가 상승률도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품목별로는 원유 하락으로 에너지 관련 물가가 6.4%로 크게 하락했고 신선식품 가격 하락으로 식품 물가가 제자리를 유지했다. 업계는 경기 침체 여파로 물가 하락 압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로존에 디플레이션 위기감이 고조되자 ECB는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여 시장에 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ECB는 오는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양적완화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ECB의 추가 대책 마련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률 하락 등 통계 수치에서 나타나는 위기에 더해 남유럽 국가 등의 실업률이 상승하고 러시아 경기 악화 등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하면 체감 경기가 더 악화돼 기업 투자와 일자리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도 변수다. 유럽 시장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는 적지만 이미 반복된 그리스발 충격에 주식 시장은 불안정해졌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주 “(물가 침체) 위험성은 반년 전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