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공모를 흥행시켰던 삼성SDS와 제일모직 주가가 을미년 갈 길을 잃었다. 급상승·급락을 거듭하다 ‘거품론’도 거세졌다. 추가 상승 여력을 확신하던 증권가 전망도 시계제로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S와 제일모직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 종가 대비 각각 7%, 19% 이상 떨어진 주가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각각 5.16%, 4.81% 떨어진 이들 주가는 이날도 1.19%, 2.17% 하락해 마감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2일 하루 8% 이상 반등했던 삼성SDS 주가는 이후 3일 연속 큰폭의 하락세를 이었다. 지난 2일 급등세로 17만원을 웃돌던 제일모직 주가도 3일 연속 하락해 13만원대에 주저앉았다. 지난달 18일 상장 직후 24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8일 연속 상승세를 이었던 제일모직 주가는 지난 5일 가격제한폭(-14.91%)까지 떨어지는 등 새해 눈에 띄는 약세를 시현했다. 당일 주가가 장중 최고가(17만9500원)를 찍어 불안정성도 고조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로 인한 하락세를 감안해도 큰 변동폭이다.
과거 삼성생명이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인 전례를 따를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삼성생명은 상장 수일 만에 공모가(11만원)를 밑돈데 이어 수년째 주가가 공모가 언저리다.
거품을 빼고 제자리를 찾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 가치와 전망 보다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부각된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주당 순이익 기준 주가이익비율(PER)이 각각 60~70배, 120여배에 달한다는 점이 주가 조정설에 힘을 싣는다.
투자자 관심은 여전히 높다. 5000억원에 이르는 제일모직 일 평균 거래대금은 삼성전자의 두배, 코스피 거래대금의 10%를 상회한다.
증권가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SDS의 호실적과 제일모직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들어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제일모직의 밸류에이션이 과대하다는 평가도 있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전기전자 담당 연구위원은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7조9300억원, 영업이익 5826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2.5%, 15.2% 상승한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류BPO 부문 매출이 29.5%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은 지배구조상 추가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며 목표주가 9만5000원을 유지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6일 현 시점의 제일모직 시가총액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로 하향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제일모직의 주요 사업 성장은 2017년 이후 부각될 것”이라며 “매출액은 지난해 5조원에서 2020년 9조6000억원으로 약 2배 성장하고 이 기간 영업이익은 1836억원에서 5857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를 선제 반영해도 현재 시가총액 20조원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표. 1월 첫째주 증권사 삼성SDS·제일모직 평가>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