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오랜만에 뮤지컬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다. 뮤지컬은 배우의 연기와 노래, 춤에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이다. 단원들이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박자를 맞추고 보조해줘야 고객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주연 배우가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오케스트라 연주가 엉망이거나 앙상블이라 불리는 코러스가 뒤를 잘 받쳐주지 않으면 완성도는 확 떨어진다. 한편의 감동적인 뮤지컬은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노력과 호흡의 결정체다.
지난해 말 우리 국민은 원자력 발전소가 정지되거나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아직도 누군지 밝혀내지 못한 조직이 사회적 혼란을 조장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수력원자력은 물론이고 우리의 허술한 보안 의식은 그대로 드러났다.
2013년 3·20 사이버테러를 비롯해 한수원 사건까지 대형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 후 대응은 언제나 전담조직 신설이나 규제 강화다. 한수원같이 국가전력망을 운영하는 핵심 기관도 보안 담당자는 9명에 지나지 않으니 인력 확충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 구성원의 보안 의식과 생활화다. 보안 담당자가 목소리를 높여도 직원이 지키지 않으면 정보보호 구멍이 뚫린다. 비싸고 기능 많은 보안 솔루션도 내부 직원의 허술한 보안의식에 무용지물이 된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생각이 해커에게 기업 자산을 송두리째 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아가 원자력발전소처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시설이 멈출 수 있다는 경각심을 언제나 되새겨야 한다. 기업 대표에서 말단 직원까지 지켜야 하는 보안 수칙에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세상에 100% 해커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폐쇄망을 해킹하는 게 어렵긴 하지만 완벽하다고 맹신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한 번 더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보안은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만 하는 일이 아니다. 뮤지컬처럼 기업과 기관 내 모든 구성원이 종합적인 예술을 위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