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안녕! 대한민국](1회)이민·유학수지 적자국 `대한민국`

취업 전문 업체인 인크루트가 지난해 6월 직장인 725명을 대상으로 이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7.4%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2.6%를 제외한 모든 응답자가 이민의사를 밝힌 것으로, 직장 문화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한국갤럽이 2013년 실시한 조사에선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을 고려한 이유로는 ‘사회·정치적 불안’이 가장 많았고 ‘국내 경제 불황’이 뒤를 이었다.

이민을 고려하는 이유로 새로운 삶의 기회 등 내적 요인보다는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 어려움 등 외적 요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무거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민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쌓아왔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곳에서 터전을 잡는 게 마음처럼 간단치 않아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다른 나라로 떠난 사람이 우리나라 국적을 얻은 이들보다 많았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국적 이탈과 상실자는 34만6275명이었다. 반면 귀화·국적 회복자는 17만424명이었다. 한해 평균 3만4000여명이 한국을 떠났지만, 절반 수준인 1만7000명만이 빈자리를 채웠다는 얘기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귀화·국적 회복자가 국적 이탈·상실자보다 많았던 때는 2009년 한 번뿐이었다. 국적 이탈·상실자는 대부분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이들이다. 귀화자는 중국동포를 포함한 중국, 베트남 출신 결혼 이민자가 다수다.

유학에서도 우리나라는 ‘적자국’으로 파악된다. 들어오는 인구보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더 많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8만4891명. 반면 외국 대학의 우리 유학생은 21만9543명으로 두세 배였다. 그러다보니 해외 지급액과 국내수입액에서도 큰 차이가 나 유학연수 수지는 매년 40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미국 국토안보부 통계 확인 결과 2012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한국인은 2만846명에서 2013년 2만3166명으로 늘었다. 취업영주권을 받은 한국인은 같은 기간 1만2000명에서 1만4300명으로 증가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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