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이달 초 파산선고를 받았다. 한국의 히든 챔피언으로 안팎의 칭송을 받았던 기업이 무너진 것에 업계의 충격은 컸다. 후일담이기는 하지만 그런 모뉴엘이 한 건의 특허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에 업계는 의아해했다.
이 업체만 그랬을까.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월드 클래스 300’ 프로젝트 선정기업 156곳 중에서도 해외 특허가 전혀 없는 기업이 전체의 11%나 됐다.
사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청은 이들 기업을 선정할 때 특허 출원건수 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올해 선정된 기업 중 두 곳은 국내외 특허가 아예 한 건도 없었다.
국내 전체 중소·중견기업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매출, 수출 비중도 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업들이 특허경영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특허 전문가는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은 아직까지 특허경영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지속적인 특허출원 및 특허 전문인력을 확보함으로써 특허괴물(NPE)의 공격에 대응해 내지 못하면 세계 최초의 기술을 확보한들 소송 한 번에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견기업 성장 추이 (자료=중기청)>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