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탁기 파손 논란` 관련 체포영장 청구까지…업계 `무리한 수사` 우려

검찰이 26일 ‘세탁기 고의파손 논란’과 관련 LG전자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무리한 수사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이 ‘세탁기 박사’로 불리며 국가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믿기 힘들다는 견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몰고 갈 사안이 절대 아니다”며 “산업 환경이 어려운 시점에 오히려 검찰이 업계 숨통을 막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LG전자 한 임원도 “4분기 실적 우려에 러시아 등 신흥국 상황이 안 좋다”며 “이번 압수수색 여파가 경영에 미칠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24일 종무식 후 이날 절반가량만 출근한 LG전자 직원들은 압수수색 소식에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LG전자도 압수수색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 의견을 전했다. LG전자는 이날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경쟁사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인 당사가 압수수색을 받게 돼 정상적인 기업 활동과 대외 신인도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LG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독일 현지 검찰이 ‘경미한 사건으로 형사소추를 배제해야 한다며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검찰에 아쉬움을 보였다. LG전자에 따르면 독일 검찰은 삼성전자의 LG 세탁기 개발담당 임원 고소 사건에 대해 이달 초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LG전자는 관련 수사 자료를 한국 검찰에도 제출한 상태다. LG전자는 아울러 “두세 번 세탁기 문을 여닫는 동작만으로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손괴가 발생할 수 없다”며 검찰조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이와 관련 이달 12일 삼성전자 임직원을 증거위조와 은닉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와 경남 창원에 있는 LG전자 공장 등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세탁기 파손 논란 관련 자료와 임직원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성진 사장을 비롯해 전시회에 관여한 임직원 6∼7명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이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압수수색에 앞서 검찰은 조성진 사장이 여러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새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 2015’에 참석한 뒤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측은 조 사장이 매출 20조원에 달하는 가전을 맡아, 거래선 미팅, 사업전략 확정, 인사 및 조직개편 등 연말 연초에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CES 2015 이전까지는 검찰 출석이 여의치 않다는 입장을 수차례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준배·서형석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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