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을미년, 금융 빙하기 지속...탈출구는 `해외`공략`

경기불황과 저금리기조 지속으로 은행권은 올해에도 긴 ‘빙하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해 은행권은 예상을 깨고 실적이 소폭 반등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여파 등으로 수수료 순익은 하락하고, 내수시장에서 뾰족한 수익 창출 기회를 찾기 힘든 구조다. 여기에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외연을 넓히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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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성장세를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 20% 이상 추락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다시 끌어올리지 못한채 허덕이고 있다.

은행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에 힘을 실어주며, 국내가 아닌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해외진출 활로를 넓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금융소비자의 신뢰회복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해외로 해외로

지난 11월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4개 영업점(지점 3개, Transaction Office(TO) 1개)의 인가를 동시에 취득했다.

베트남 하이퐁, 타이응웬, 호치민 안동(이상 지점), 하노이 팜훙(TO) 등에 위치하게 될 신규 영업점은 베트남 중앙은행 규정에 따라 승인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개설하게 된다.

4개 지점 동시 인가는 베트남 은행 지점 인가제도가 연 단위 일괄 승인 방식으로 변경된 이후 외국계 은행으로서는 최초의 사례로, 현지 은행권의 구조조정 등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신한베트남은행의 성공적인 현지화와 성장성을 인정받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 받고 있다.

중국 심양분행(1월), 캐나다 쏜힐지점(3월), 유럽 폴란드 사무소(6월) 등 다양한 지역에서 3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추가 확장했다.

2010년 2.9%에 불과하던 글로벌 손익 비중은 2014년 9월 말 현재 7.56%로 세배 가까이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해외 진출 전략은 선택과 집중,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이다.

진출국 현황을 고려한 단계적 현지화 전략 추진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국 관련 비즈니스 의존도를 낮추고 현지고객에게 맞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한 고객 증대에 목표를 두고 인력, 조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현지에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 다양한 현지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신한은행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에서 M&A, 지분투자 및 전략적 제휴 등의 다양한 방식의 진출옵션을 병행한다.

◇2015년 해외진출 키워드는 ‘현지화’

우리은행의 올해 해외 전략은 ‘글로컬라이제이션’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은 세계화를 뜻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현지화를 뜻하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의 합성어다. 해외 진출시 현지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금융은 올해 민영화라는 풀어야 할 큰 숙제를 안고 있지만, 포화 상태의 국내 시장을 넘어설 돌파구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진출은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두바이지점 신설, 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트워크 확대 등을 바탕으로 중동에서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범아시아벨트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지 자회사인 인도네시아우리은행(BWI)과 Saudara Bank의 합병을 계획하고 있다. 합병이 완료되면 인도네시아에서 국가·기업·개인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유니버설뱅킹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18개국 74개 네트워크가 180여개로 영업망이 늘어나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된다.

지난 6월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두바이 지점도 개설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가장 공격적인 해외 진출 사업을 펼쳤다.

총 24개국에 128개 네트워크를 가동 중이며, 현지법인 15개, 지점과 출장소 21개, 사무소 8개를 운용 중이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글로벌 수익비중을 40%까지 증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캐나다, 미국 현지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중국 현지법인을 통합해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를 출범시켰다.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사례처럼 해외 현지법인 간 물리적 통합 시너지를 높이고, 하나은행에 강점이 있는 스마트금융 노하우와 외환은행의 글로벌 영업 노하우를 접목시킨다는 방안이다.

◇교포 상대 해외영업 생태계 전환해야

해외 진출이 다각적으로 시도되고 있지만,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국내 영업이 힘들어지자 해외에서 살길을 찾겠다고 너도나도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교포를 상대로 한 손쉬운 영업에 매달리면서 해외진출 현지화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은행은 34개국에 160개 해외점포(지점 64, 현지법인 45, 사무소 51)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2개 점포가 폐쇄되고 10개 점포가 신설돼 전년말(152개) 대비 총 8개의 점포가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에 대한 현지화 지표를 평가한 결과 2등급을 유지했다. 현지화 지표에서 종합 1등급을 받은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신한·우리·하나·산업은행이 2등급을 받았고 외환·국민·기업은행이 3등급에 머물렀다. 우리은행은 현지자금운용비율 개선 등으로 등급이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외환은행이 4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계단씩 상승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인 해외 진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다 치열한 경쟁 등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이 해외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은행의 해외진출은 다각적으로 지원하되 해외점포에 대한 건전성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현지화 평가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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