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모터스다. 테슬라모터스는 자동차 기업이지만 디트로이트가 아닌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뒀다. 지난 100여년간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기업이 두각을 나타난 사례가 없었다. 테슬라모터스는 차량의 엔진을 없애고 전기로 달리는 자동차로 시장에 새 파장을 몰고 왔다.
테슬라모터스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노트북PC에 들어가는 원통형 이차전지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든 것에 더해 자동차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SW) 플랫폼 덕이다. 테슬라모터스 전체 직원의 50%가 SW 개발자다. 테슬라의 대표 차종 ‘모델S’는 바퀴달린 컴퓨터나 다름없다. 테슬라모터스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것은 우수한 SW 인력을 수급하기에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추구하면서 SW 산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공약했다. SW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
왜 한국에 테슬라 같은 기업이 없는 것일까.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도 SW에 대한 전략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업계는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SW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개발하고 활용하는 분위기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노력은 산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에도 요구된다.
국내 SW 활용도는 선진국 대비 3분의 1에 머무른다. 더 적극적으로 SW를 활용하면 테슬라와 같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공공에서도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시장 포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
언제나 제기되는 문제이지만 국내는 SW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만연하다. 한 SW기업 대표는 “대부분 공공기관 사업은 SW의 기술력이나 기능보다 결국엔 가격으로 결정된다”며 “제대로 된 SW를 쓰는 게 아니라 가장 저렴한 제품을 쓰다 보니 경쟁력이 계속 후퇴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싼 제품을 사는 게 공무원의 역할처럼 강조되는 문화를 없애야 한다”며 “정해진 예산을 모두 다 써도 모자랄 판에 제대로 집행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SW정책연구소장은 “SW는 창조경제와 정부3.0의 도구”라며 “모든 영역에서 SW를 적극 활용하면 관련 산업은 자연스럽게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