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정부, 원전자료 유출경로·범위 모두 `캄캄`

한국수력원자력 자료 유출로 인한 파장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유출 경로와 범위도 확인되지 않는 ‘시계제로’ 상황이 이어졌다. 정부는 유출 자료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출 원인과 추가 피해 방지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채 여전히 수세적 대응에 머물렀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재까지는 자료유출 경로나 유출된 양이 얼마인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킹 또는 내부유출에 의한 것인지 파악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한수원도 자체 조사를 하고 있고, 수사기관도 수사 중이지만 워낙 로그인 기록이 방대해 금방 파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제어망이 공격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유출된 자료가 원천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원전 제어망은 외부망과 분리된 폐쇄망으로 운영돼 사이버 공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차관은 유출된 자료가 외부로 나가서는 안 될 자료라는 점은 인정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진상 파악을 서두르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이버공격 모의 대응훈련을 고리·월성 원전에서 22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하기로 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원전 제어망에 문제가 생겼다는 최악의 가정 아래 대응 체계를 점검한다. 다른 원전에도 사이버 모의 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자료 유출로 인한 혼란 확산을 원천 차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해외 사이트 공개를 막기 위해 미국과 공조하고 있지만 일단 공개되면 국내 접속은 막더라도 해외에서 접속까지 원천 차단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은 “(계속 자료가 공개될 것이라는) 가정을 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공개된 사이트를 폐쇄하는 노력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정부는 사건을 대단히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며 “다만 자료 공개자의 목적이 사회 전반에 불안심리를 확산시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요란한 대응이 자칫 사회 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날 브리핑에서 한수원의 안전관리상 허점도 속속 드러났다. 이달 초 고리·월성 발전소에서 업무망을 포함한 PC 4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작동을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종이로 출력된 인쇄물의 사후 폐기 관리는 일반기술자료의 경우 별도 규정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팀장급 이상은 인터넷망 PC에서 받은 첨부파일을 내부망 PC로 넘기는 권한이 있어 조금만 방심하면 악성코드가 심겨진 자료가 내부망으로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산업부는 일단 자료 유출 정도와 경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추후 이번 사태 대응 조치의 적절성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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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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