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도 전파사용료를 면제해줘야 하는지가 연말 알뜰폰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적자 투성이인 알뜰폰 업계는 당연히 추가로 면제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정치권에서 대기업 계열사는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중소기업’이라는 흑백논리보다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연내 예정이던 전파사용료 추가 면제 결정이 새해로 미뤄졌다. 일부 정치권에서 ‘대기업 계열사도 전파사용료를 면제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을 제기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 시장 잠식을 비판했다.
그러나 알뜰폰 업계는 아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아기(448만명·전체 이통시장의 8%)에 불과한 알뜰폰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대-중소기업을 골고루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해 9월 만료되는 200억원 규모 전파사용료 면제 기한을 추가 연장해 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무엇보다 업계는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계열사조차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요 업체인 CJ헬로비전과 SK텔링크, KTIS, 미디어로그 4사 모두 영업적자 신세다. 100만~150만명의 가입자를 모을 수 있는 2~3년이 지나야 수익이 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오히려 일부 중소기업이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흑묘백묘론’도 나왔다. 대기업 계열사든 중소기업이든 가계통신비 인하에만 기여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실이 미래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알뜰폰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는 올해(8월 기준)에만 6004억원에 달했다. 2011년부터 누적으로는 1조5600억원에 이르렀다.
더욱이 알뜰폰 확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 도입 활성화를 위해서도 당분간 대기업 계열사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LTE 스마트폰은 단말기 가격이 2G·3G폰보다 비싸 중소기업에서 도입을 꺼려하고 있다. 알뜰폰에서 LTE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LTE폰은 젊은 층 선호도가 높아 향후 알뜰폰 시장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협회 회원사 가운데 중소기업들도 대기업 계열사의 전파사용료 면제를 찬성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같이 성장해 나갈 때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알뜰폰의 가계통신비 인하효과 분석 / 자료: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실(1인당 평균매출:이통사 3만1263원, 알뜰폰 1만1948원 기준)>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