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지구촌 흔든 에볼라, 새해엔 잦아들까

올 한해 지구촌을 공포에 몰아넣은 감염병 ‘에볼라출혈열’.

지난 2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발병사례가 처음 보고된 후 인근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으로 확산됐다. 이후 나이지리아와 세네갈, 말리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하며 사태가 확산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1만8603명이 에볼라에 감염됐고, 이 중 6915명이 사망했다. 알려지지 않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포함하면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른 에볼라

에볼라는 올 한해 세계 곳곳에서 이슈가 됐다. 감염환자와 접촉할 경우 전염 확률이 높은데다, 치사율도 50~70%에 달해 공포감을 심어줬다.

특히 세계 각국은 감염은 됐지만 발병은 하지 않은 잠복기의 감염자가 입국한 뒤 자국에서 발병할 것에 대해 우려했다. 나라별로 대응방식도 다양했다. 호주는 에볼라 발병국가 입국자에 대한 비자발급을 중단하면서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을 취했다. 북한 등 일부 국가는 감염국 출신 입국자를 잠복기동안 격리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에서는 의료 봉사를 다녀온 간호사를 강제로 격리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에볼라는 올해 세계인들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 3위에 올랐고, 페이스북이 선정한 올해의 키워드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인 중에서는 에볼라 감염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에볼라는 큰 이슈가 됐다.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생명과학 관련 연구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국내 바이오뉴스 키워드 중에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뽑혔다. 올해 국내에서 열린 국제행사인 ‘세계 수학자 대회’와 ‘ITU 전권회의’에 에볼라 발병국 출신 참가자의 방문이 예정되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에볼라 발병국에 국내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을 놓고도 여론이 엇갈리며 논란이 됐다.

◇에볼라 잡지 못하면 서아프리카에 재앙

에볼라 사태를 시급히 해결하지 못하면 발병국인 서아프리카 3개국에 엄청난 피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서아프리카 3개국은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 폐쇄, 감염지역 격리, 여행 제한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폐쇄 및 격리 조치가 장기화되면 이들 지역의 식량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공동 성명에서 서아프리카 3개국의 국경 폐쇄, 감염지역 격리 등의 조치가 최대 100만명을 기아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성명에서 “에볼라로 인한 각종 제한 조치가 식량, 농업 분야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감염을 우려한 사람들이 일터로 나가지 않아 생산성이 하락하고, 가계 수입 감소를 유발해 세 나라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각종 제한 조치로 식량에 접근할 길이 차단돼 약 50만명이 심각한 기아 위험에 처해있고, 상황이 급격히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3월까지 기아 위험에 처한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볼라, 언제 진정될까

에볼라는 올해 처음 발병한 것은 아니다. 1976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에도 가봉, 코트디부아르, 우간다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명확한 전파경로가 밝혀지지 않았고, 박쥐나 영장류 등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과거에도 에볼라가 발생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제한된 지역에서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올해 에볼라가 발병한 서아프리카 3국은 상호 왕래가 잦고, 인구 밀도도 높은 지역이었기 때문에 전파가 빨랐다. 에볼라가 확산된 이후에도 낙후된 보건의료 수준, 병원보다 주술을 믿는 문화 등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에볼라가 발견된 지 40년 가까이 됨에도 예방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는 것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학기술이 발달한 선진국들은 에볼라가 자국과 관계없는 질병으로 여겼고, 일부 지역에서 국한돼 발생하기 때문에 판매하더라도 경제적 이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개발을 꺼렸다.

세계인들은 비록 올해는 에볼라 확산을 막지 못했지만, 새해에는 에볼라를 퇴치하길 기대한다. 다행히 전문가들도 현재 에볼라 사태가 정점에 이르렀고, 앞으로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리스티앙 브레쇼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장은 이달 초 방한 기자회견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이 정점에 올라와서 정체되는 상태”라며 “향후 전망을 하기는 상당히 조심스럽지만 새해 5~6월쯤이면 에볼라가 사그라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볼라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은 백신과 진단키트 등 예방·치료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배경이다. 그동안 에볼라가 남의 일이라고 여기던 선진국들도 올해 사태를 보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연구소 등이 에볼라 백신과 진단키트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나섰다.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 머크와 뉴링크가 개발한 백신 등 다양한 백신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새해 초에는 파스퇴르연구소 등이 예방·치료 백신을 공개하고,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만 하루가 걸리는 에볼라 진단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진단기술도 개발 중이다. 새 진단기술이 나오면 에볼라 환자 확인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 예방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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