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세계 정상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다품종 소량생산, 그리고 판매처 다각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 성장 정체와 중국·대만 등 후발 국가의 추격 심화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은 기술적 우위로 세계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생산 공정 대부분이 표준화되면서 후발 주자들도 투자 여력만 갖추면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이 시장 개화를 주도해 왔던 초고화질(UHD) LCD 패널의 경우 올해 상반기 출하량 기준으로 1위부터 5위까지 순위에서 국내 업체들이 46.1%로 중국·대만 업체들의 48% 보다 점유율이 낮게 나타났다.
생산량뿐 아니라 기술수준 격차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조사 결과 국내와 중국의 기술수준 격차는 지난 2011년 26.9%포인트 차이에서 지난해 말 19.3%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이 규모의 우위를 유지하면서도 다품종 소량생산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다음 번 대량 생산할 품목으로 무엇이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차기 주력 제품을 선정해 왔다”며 “중국·대만과 대량 생산으로 싸우기 보단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에 눈길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완전히 소량생산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대량 생산 품목과 별개로 소량생산 품목도 발굴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정노 한국산업기술평가원 PD는 “그동안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은 산업 특성상 대기업 간 거래에만 집중해 왔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선 대기업과 다양한 중소기업 간 연결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교육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대표적인 예로, 국내 업체들이 앞선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갖춰놓고도 중소기업과의 연결고리가 없어 전혀 맥을 못추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1년에 200여개에 달하는 제품을 출시했고,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크기·해상도별 30여개에 이르는 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제는 1년에 서너 개의 제품을 출시해 이 가운데서 ‘대박’ 아이템이 나오길 기대하는 구조다.
이 PD는 “이미 감가상각이 끝난 라인에서는 경제성 보다는 창의성이 돋보이는 제품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고객 주문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도 예측하기 힘든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준세트’ 업체로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