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달러 환율이 롤러 코스터를 타면서 정보기술(IT) 수출 기업들이 울고 웃고 있다.
상반기 원화 강세로 막대한 손실을 봤지만, 하반기 달러 가격이 치솟으면서 환차익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4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IT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달러화 수출 비중이 높은 IT업체들이 4분기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는 곳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SK하이닉스다. D램·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는 재료비 비중이 15% 이하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달러를 지불하고 구입한 비용은 적은데 달러화로 반도체를 팔아 남기는 이익은 짭짤한 이유다.
외산 장비를 구입해 매년 감가상각을 진행하지만, 이 마저도 환율 영향이 거의 없다. 달러로 장비를 구입하지만, 그 해에 바로 원화로 환산해 장부에 기입하기 때문이다. 즉 감가상각으로 떨어내는 비용은 원화로 계산된다.
환율 효과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SK하이닉스는 4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순이익을 30% 이상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장비업체들도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부품 업체에 비해 장비 업체들도 재료비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다만 장비 시장은 수요가 들쭉날쭉한 만큼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는 업체들만 환차익 효과에 노출돼 있다. 고영테크놀러지·이오테크닉스·한미반도체 세 회사는 특정 고객사에 종속돼 있지 않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수출이 많은 만큼 환율 영향이 큰 편이다.
부품업체들은 수출 비중이 높아도 환율 효과가 크지 않다. 재료비 비중이 높은 탓이다. 외산 소재를 많이 사용함에 따라 들어오는 달러 만큼 나가는 달러도 많다. 그러나 상저하고 실적 패턴을 기록하는 업체들은 환차익이 쏠쏠하다. 상반기에 환차손이 난 것 이상으로 하반기에 환차익을 거둔 덕분이다. 엠씨넥스·이노칩테크놀로지 등 부품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엠씨넥스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중국 ZTE·OPPO, 일본 교세라·NEC 등 여러 스마트폰 업체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결제 통화는 위안화·엔화 대신 달러화를 사용하고 있다. 코먼모드필터(CMF) 등 칩부품을 생산하는 이노칩테크놀로지도 중국·일본 등에 부품을 수출하고 주로 달러로 대금을 받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달러 강세·유가 약세 등 외부 환경이 좋아지면서 우리나라 IT 수출에 파란불이 켜졌다”며 “일본 업체들도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만큼 우리 IT기업들이 기술 개발 및 영업 강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