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산업계가 해외 자원 개발에 냉정한 시각을 호소했다. 최근 단기적 성과 여부로만 사업의 성패를 논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장기적 관점을 가져줄 것을 요구했다.
4일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해외 자원개발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자원 개발 사업의 필요성과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셰일가스 등 비전통 자원 개발을 위한 기술 개발과 에너지 정세에 따른 대응 전략을 논하면서도 일부 정치권과 사회단체에서 지적하는 자원개발 실패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오해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해외 자원개발의 국내 유입 △자원개발에 따른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을 대표적인 오해로 꼽았다.
손 원장은 개발한 자원을 본토로 가져와 사용해야 한다는 발상은 자원개발 사업 본질에 대한 무지로 규정했다. 통상적으로 개발 자원은 현지에서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손쉽게 들여올 수 있는 자원을 사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굳이 개발 자원을 들여오고자 별도의 설비를 설치하고 물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자원개발과 에너지 가격 하락이 무관하다는 점도 짚었다. 에너지 가격이 높아지면 자원개발 투자 이익이 높아지는 것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과 상관없이 우리가 개발한 자원만 값싸게 공급돼 에너지 가격을 저렴하게 하는 장치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견해다. 산유국인 UAE가 유가 100달러가 넘어가면서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처럼 자원개발과 에너지 수요는 개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허천 텍사스대 교수는 기초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세일가스 등 비전통 자원과 심해저 자원 개발, 증유와 오일 회수 증진 기술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이클 왕 IHS 헤럴드 연구소장은 유가 하락이 글로벌 정유사와 아시아 국유 석유기업의 인수합병(M&A) 및 투자전략에 영향을 끼쳤으며 국내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향후 자원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석유공사는 단기적으로는 육상 전통 자원과 셰일가스를, 장기적으로는 심해 유전과 타이트 오일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기존 유전 인근 지역 추가 개발과 기존 생산시설 활용으로 경제성을 제고하고 이라크 하울러 유전, UAE 광구 등 최근 생산 가능성이 확인된 광구 중심의 사업 추진을 구상 중이다.
가스공사는 기존 단순 도입에서 탐사·개발·생산·액화·도입에 이르는 수직일관형 사업 구상을 밝혔다. 전 밸류체인에 진출을 확대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연관 사업 등에 국내 기업의 동반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손양훈 원장은 “단기간으로 성과를 언급하는 것은 자원개발을 위한 내적 준비의 미흡”이라며 “20~30년의 긴 기간 동안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