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버즈-황민교 기자] 공영 TV홈쇼핑 다른 말로 제7 홈쇼핑의 논의에는 중요한 세 가지가 빠져있다. 과거에 대한 반성, 미래에 대한 대비책, 소비자에 대한 고려가 그것이다. 한 마디로 홈쇼핑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지난 17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공영 TV홈쇼핑 승인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는 말 그대로 마련만을 위한 공청회였다. 그간 제기되어 왔던 많은 논란과 우려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명목은 여론을 공개적으로 수렴하고 11월 내로 승인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논리적 비약으로 가득 찬 해법을 약 10일이라는 시간 내에 견고하게 만들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날 공청회에서 미래부는 △중기제품·농축수산물 판로 부족 △창의·혁신상품을 집적한 전문 유통채널 부족 △높은 수수료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영 TV홈쇼핑의 신설을 주장했다.
그간 각종 언론과 매체에서는, 기존 홈쇼핑 채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이를 개선하고 바로잡는 게 순서일 것이라는 지적이 일어왔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정하려 노력해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해서다.

공청회에 참가했던 각계각층의 전문가 패널 사이에서도 이 같은 지적은 반복됐다.
황기섭 한국TV홈쇼핑협회 사무처 팀장은 “오늘 여러 안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 개입하겠다고 밝혔는데 그간 유전 질환처럼 반복되었던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만일 실패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며 “바라는 결과가 나지 않으면 이 사업자를 민간에게 줘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기자들을 향해 오늘 이야기를 잘 기록해두었다가 몇 년 후 반드시 추적 취재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재섭 남서울대학교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지금 공공홈쇼핑 이야기를 하는데, 과거 전례를 살펴볼 때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고 출범했느냐. 그렇지 않다”며 “이렇게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승인권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 팔아라.’ 목적성을 부여하지만, 이후 감시와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환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정부는 공영성 필요한 곳엔 시장 비율 강조하고, 시장 비율이 중요한 사안엔 공영 중심으로 가는 정책적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며 “설립목적 달성하려면 하나로 가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목적에 실패하면 새 사업자 넣고 또 실패하고를 반복하는 등 거대 유통사가 홈쇼핑 진출을 위해 사용했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 없다면 정치작업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며 전체적인 논의가 먼저 설계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또 “유사홈쇼핑 채널 등의 지적 없이 단순히 새로운 사업자 더 집어넣어서 해결하려 한다”며 “영업 이익률이 너무 높았으니 낮춰 사업자 넣겠다 하는 식의 발상은 너무 단순한 접근법”이라고 꼬집었다.

패널들의 지적은 날카로웠으나 진행 방식이 문제였다. 전반적으로 토론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형식으로, 일렬로 패널을 앉혀 놓고 11명의 주장을 1시간 반이 넘도록 연이어 들었다. 이에 대한 답변은 고작 1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대답을 한 번에 몰아서 하는 바람에 질문의 날카로움은 무뎌졌고, 집중도는 분산됐다. 제7 홈쇼핑의 당위성을 납득할 만한 답변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정구 방송진흥정책관은 “공영홈쇼핑이 과점 구조를 완전히 해소는 못 해도 완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기존 민간 사업자와 차별화하기 위해 판매수수료 상한을 20%로 정했고, 컨소시엄 형태의 법인으로 제한할 계획”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중견기업, 한국소비자원, 농식품 및 수산 분야에서 건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 “고려하겠다”고 답변했다.
미래부의 공영 TV홈쇼핑 승인정책방안 공청회는 소위 알맹이가 빠진, 아니 애초에 알맹이가 존재하지 않아 답할 수 없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행사였다.
황민교 min.h@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