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원전 해체 시장 코 앞에 다가왔다

원전 해체가 현실로 다가왔다. 2013년 기준 세계 원전은 34개 국가에서 584기가 건설돼, 이 중 434기가 운전 중이다. 나머지 4분의 1에 달하는 149기의 원전은 수명을 다 해 영구 정지 중이다. 한 때 르네상스로 불리며 건설 붐을 일으켰던 원전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하나 둘씩 퇴역을 맞이하는 시기가 온 셈이다. 영구 정지 원전 149기 중 해체가 완료된 시설은 불과 19기. 아직 많은 시설들이 해체가 진행 중으로 대규모 시장 개화를 앞두고 있다. 건설이 아닌 해체라는 새로운 이슈로 열리고 있는 또 한 번의 원전 르네상스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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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원자력문화재단

◇2050년까지 1조달러 규모 대형 시장 형성

원전 산업계가 예상하는 해체 시장 규모는 오는 2050년까지 누적기준 9787억달러다. 원화 기준 1000조원이 넘는 대형 시장이 새로 열리는 셈이다. 향후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은 30년 이상의 설계 수명과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계속 운전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2030년대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70여개 원전이 수명을 연장했고, 150여기에 달하는 원전이 연장 승인을 받는 등을 계속 운전이 추세지만, 앞으로는 설비 노후화와 경제성 저하로 해체 수순을 밟는 설비들이 점차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국내는 가동 원전의 계속 운전 추이 등을 고려할 경우 2040년대 이후부터 원전 해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은 아직 무주공산이다. 현재 원전 해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곳은 미국·독일·일본 정도다. 이들 3국이 선발 주자로서 원전 해체 시장을 석권해도 2030년 이후 쏟아지는 발주 사업을 모두 수용하기는 힘들다. 미국은 원전 해체 및 부지 복원까지 15기 이상의 해체 완료 경험을 갖고 있고,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 경험을 활용해 후쿠시마현 하마도리 폐로 산업 타운을 구상하고 있다.

한국도 원전 해체 시장 경쟁에 참여할 자격이 충분하다. 40년에 가까운 원전 운영 경험, UAE 원전 수출, 건설 산업 경쟁력 등을 앞세워 몇 안 되는 원전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이 주춤했을 시기 관련 산업을 육성하면서 길러낸 전문 인력풀은 다른 원전 선진국들도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상업용은 아니지만 과거 소형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를 해체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소형 연구형 원자로도 해체 경험이 있는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 정도뿐이다.

해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원전 해체를 위한 핵심 기반 기술 38개 가운데 오염 토양 처리 기술 등 17개 기술을 상용화했다. 나머지 오염 복원 기술, 고방사성 폐기물 안정화 기술 등 21개 항목도 기술력을 확보 중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원자력시설 해체 기술 종합 연구센터는 오는 2019년 건립이 목표다. 연구센터는 원전 해체 관련 기술 개발의 전진기지로서 원전 시설 오염물질 제거에서부터 핵폐기물 처리까지 전 과정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핵심 기술 개발로 시장 대비

국내 원전 해체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약 70% 수준이다. 나머지 30%는 38개 핵심 기술 중 아직 미 확보된 21개 기술의 몫이다. 정부는 오는 2021년까지 1500억원(정부 1300억원, 민간 200억원)을 투자해 21개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21개 기술은 크게 준비, 제염, 절단, 폐기물 처리, 환경 복원 등으로 구분된다. 준비 단계에서는 해체 작업에 앞서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제염 부문은 선진국 기술보다 성능이 30% 높고 비용은 절반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실제 해체 작업 수순인 절단 분야에서는 가상 현실로 공정을 사전 검증하고 세계 최초로 원격 절단 작업을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250㎏급의 무거운 설비들을 원격으로 취급하고 레이저를 사용하는 첨단 절단 시스템도 필요하다.

폐기물 처리와 환경 복원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독성을 제거하고 폐기물 양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초우라늄 독성 제거 및 부피 감축, 유기 혼성 폐기물 부피 감축 등이 대표적이다. 선진국 대비 폐기물의 독성과 양을 줄여 비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 융합 연구와 국제 기술 협력도 확대한다. 원자력 시설 해체를 위해서는 핵심 기술 이외에도 기계·로봇·화학 등 타 분야와의 융합 연구가 절실하다. 원자력연구원이 지금까지 원전 유지보수를 위해 원전용 작업로봇을 연구개발 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융합 인력 양성이 가능한 원자력 기초 공동연구소 및 원자력 선진 연구센터 지정을 통해 원자력공학과, 화학과, 환경공학과, 기계과 등 학제간 융합으로 해체 분야 핵심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원전 해체 시장 대응을 위한 큰 그림은 그려진 상황으로 다각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각계에서 우려와 다양한 제안을 하는 만큼 부족한 부분은 더 보완하고 노력해서 채비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별 해체 완료 및 해제 진행 중인 원전 현황

자료: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원전 해체 해심 기술 개발 현황

자료: 한국원자력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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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