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국에 밀리고 일본에 치이는 한국 소재부품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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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재부품 업계가 엔저 효과로 탄력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에는 기술력에 밀리고, 중국에는 가격에 밀리는 샌드위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TV 등 세트 산업 호황을 기반으로 소재부품 국산화에 집중해온 국내 대기업들의 행보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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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일본 소재·부품 산업이 다시 활황세로 접어든 데는 엔저를 중심으로 한 아베노믹스 효과가 컸다. 지난해 일본 주요 상장 제조기업의 순이익은 12조1000억엔으로 전년 대비 116%나 급증했다. TV나 모바일기기 등 소비자가전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반면 소재부품, 중간재 기업들이 일본 제조업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셈이다.

한때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일본 IT 산업은 소재·부품에 집중한 덕분에 뒤늦게나마 활로를 개척했다. 히타치·도시바·NEC·파나소닉 등은 위기가 닥친 뒤 사업구조 개편으로 새 길을 찾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은 위기에 앞서 소재·부품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품보다 소재 부문이 심각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은 여전히 핵심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전체 대일무역적자 비중이 줄고 있는 것과 달리 소재 부문은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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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재부품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은 자국 소재부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완제품 조립 위주였던 산업의 무게중심을 소재·부품·장비 등으로 옮기고, 향후 3~5년 내 핵심부품과 신소재 국산화율을 50~80%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4년 상반기 소재부품 교역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일 소재부품 무역적자는 감소했지만, 대중소재부품 의존도는 28.3%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중수출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중국의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중국기업들에게 잠식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내수시장도 중국기업에 내 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국내 소재·부품 분야 한 전문가는 “국내 소재·부품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과거에 비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며 “세트 산업 중심으로 돼 있는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소재·부품으로 다변화하고 원천 기술 개발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