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투자 자회사인 인텔캐피탈이 올 들어 16개 기술 스타트업에 총 6200만달러(약 667억원)를 투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테크 전문매체 디짓(Digits)이 5일 전했다.
이는 올 한해 인텔캐피탈이 투자할 예정인 3억5500만 달러 중 일부로, 지난 2년 간 이 회사가 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총액과 맞먹는 액수다.
인텔캐피탈의 ‘스타트업 선구안’에는 일정 기준이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무엇보다, 모기업 인텔의 칩 생산이나 판매에 직·간접적인 도움이 되는 신기술을 보유 또는 개발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올해 투자는 △웨어러블 단말 △무선기술 △마이크로프로세서 △빅데이터·클라우드 인프라 등 총 4개 테마로 나눠 진행됐다.
인텔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CEO 중에는 레고 블록으로 맹인용 점자프린터를 고안해낸 13살짜리 중학생을 비롯해, 20여년 전 인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OB멤버, 드론 개발자로 돌아선 왕년의 우주항공 과학자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포진돼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 브라이고랩스는 중학생 CEO 슈밤 배너지가 지난해 세운 점자프린터 제조 전문 스타트업이다. 슈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부금 전단지를 보고 처음 ‘점자’라는 게 뭔지 알았다.
이후 맹인용 점자프린터 가격이 대당 1800달러를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장난감 ‘레고 마인드스톰 EV3’를 활용한 점자프린터 ‘브레이고’를 뚝딱 만들어냈다. 이 프린터는 프린트 헤드에 달린 압정이 종이 위에 점자를 찍어내는 방식이다.
단돈 355달러에 만든 브레이고가 자신의 모국인 인도와 같은 후진국 장애인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게 이 CEO의 바램이다. 인텔은 이같은 ‘착한 스타트업’을 좋아한다.
인텔의 낙점을 받은 16개사 중 하나인 오디세이 래보라토리스는 ‘오디오 픽싱’이라는 음향 기술을 갖고 있다.
오디세이는 기본적으로 모든 단말의 음향시스템을 동일하게 본다. 그래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에 자신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모두 단일 환경에서 접목 가능하다.
예컨대, 아마존 태블릿에 이 회사의 앱을 깔고 구동시키면 음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음악의 볼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역시 마찬가지다. 인텔 칩에도 이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획기적이면서도 모기업 사업에도 도움이 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인텔캐피탈의 간택을 받을 수 있다는게 WSJ의 분석이다.
<인텔캐피탈의 투자 스타트업>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