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호갱과 내수부진

Photo Image

‘호갱’ 호구와 고객이 합쳐진 신조어로 최신 트렌드에 밝지 못하고 어수룩해 판매자에게 이용당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최근에는 편법 유통채널을 몰라 제값 주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포함해 제품 불량과 서비스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와 해당 기업의 행태를 비꼬는 용도로도 자주 사용된다.

요사이 시장에서 국산 제품을 제값 주고 사면 호갱이 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자동차, 전자제품, 식료품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소비재에서 기업과 제품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휴대폰은 판매점 주인과 친분을 쌓아 스폿 보조금이 풀렸을 때 사야 하고, 자동차는 외산차를 사야 바보 소리를 듣지 않는다. 국산 과자는 질소를 샀는데 이물질(과자)이 들어 있고 외국 과자는 질소가 없는 미개한 포장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이미 소비자는 국내 기업이 내놓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믿지 않는다. 최근 들어 해외직구가 느는 것도 이 같은 민심이 반영된 바다. 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인데 해외에서 구매해 들여오는 것이 품질도 더 좋고 가격도 싸니 당연하다. 그만큼 국산제품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 이제는 자동차 해외직구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아이폰6 사태도 소비자의 뒤통수를 세계 치며 이러한 믿음을 더욱 확고히 하게 했다. 애국 마케팅은 구시대의 유물이 된 지 오래다.

우리 경제는 계속되는 내수시장 침체 위기에 빠졌다. 국제경기 불황, 가계소득 감소, 작은 내수규모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앞서 언급한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내수제품을 외면한다. 내수붕괴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해결 카드는 기업이 가지고 있다. 더 이상 겉모양과 마케팅이 아닌 제품의 본질로 소비자를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지금의 내수부진을 단지 경기불황과 가계소득 감소 정도로 치부해서는 회복시장에서도 내수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지금도 늦었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이미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청년층에서는 국산은 호갱, 외산은 부지런함이라는 공식이 정착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기업들이 국내외 소비자 간 역차별을 없애고,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 마음을 되돌리고 그 입소문의 힘을 본인의 마케팅 역량으로 끌어들여야 할 때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