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석유대리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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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석유제품 유통 시장에 직접 개입하면서 도매상인 석유대리점의 손실 규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으로 가격 혜택을 받는 알뜰주유소가 등장하고 전자상거래로 인해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에 휘말린 대리점 마진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휘발유·경유의 연평균 판매량을 기준으로 지난해 전국 석유 대리점의 영업이익률이 -7.87%까지 떨어졌다. -5.71%를 기록한 2012년보다 2%P 이상 하락했다. 대리점은 정부의 석유 유통시장 촉진 정책이 도입된 지난 2010년 이후 손해 보는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오피넷 기준 대리점 매출 이익률은 휘발유가 2011년 2.51%에서 지난해 -0.89%까지 낮아졌고 경유도 같은 기간 2.72%에서 -1.50%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정유사로부터 휘발유를 리터당 평균 1808.89원에 구매해 주유소에 1792.89원에 팔았다.

세제 지원을 등에 업은 알뜰주유소의 등장과 현물 전자상거래 개시로 가격 하락 압박이 심해지면서 대리점도 공급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삼성토탈이 알뜰주유소 물량 공급과 석유 제품 수입사에 수입 부과금 면제 등을 주는 현물 전자상거래를 개시하면서 석유 제품 가격은 리터당 최고 70원 이상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대리점 업계도 지난해 유통 가격을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 대비 리터당 30~40원가량 인하했다.

대리점 업계는 정부의 석유시장 개입으로 정상적 가격 결정 및 유통 구조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유소가 석유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정유사로부터 직접 제품을 구매하거나 중간 도매상인 대리점으로부터 공급 받는다. 석유대리점은 정유사로부터 석유 제품을 구매해 주유소에 판매하면서 저장, 수송, 여신금융 등을 대행하는 일종의 도매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주유소 판매 물량의 48%를 대리점이 공급했다.

양진형 석유유통협회 상무는 “대리점은 수송비 경쟁력을 앞세워 정유사가 주유소에 직접 공급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 기름값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며 “지금은 정부가 지원하는 알뜰주유소와 대리점이 비정상적 가격 경쟁을 이어가는 상황이어서 과도한 개입을 중단해도 유통 질서가 무너진 뒤라면 이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무너지는 석유대리점 '심각'

최호기자 snoop@etnews.com